[사회] 삼남매 두고 감옥간 어머니 경찰에 감사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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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로 부터 온 감사편지 [사진 여주경찰서]

“아이들이 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삼남매를 남겨두고 구속 수감돼 복역 중인 엄마 A씨(42)가 최근 경기 여주경찰서로 보낸 편지 내용이다.

A씨는 지난 6월 26일 오전 3시쯤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던 50대 남편 B씨와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이 흉기로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자 A씨는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사망하게 했다. A씨는 지난 20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복역보다 부모 없이 남게 된 삼남매가 더 걱정이었다. 남편의 잦은 악행으로 친척들 모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전해들은 여주경찰서 형사들이 나섰다.

일단 범죄 현장에 어린 아이들을 머물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큰 아이를 제외한 C군(중1)과 D양(초5)이 사회복지시설에 머물며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범죄 피해 지원센터와 연계해 긴급 생계비 750만원도 지원했다.
정신보건증진센터에 남매의 심리 상담과 치료도 진행했다. 어머니 역할을 담당할 봉사자도 선정했으며 수시로 아이들을 찾아가 교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사건 직후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던 막내 D양은 경찰관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웃음을 보일 정도로 호전됐다. 여주경찰서는 엄마 A씨가 출소할 때까지 아이들을 계속 보살필 계획이다.

이에 엄마 A씨는 지난달 30일 여주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큰 아이가 면회 와서 밝고 예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동생들도 많이 밝아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수사 당시의 강력팀장님과 직원분들, 아이들을 보살펴 주신 감찰계장님, 많은 배려와 사랑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여주=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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