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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동 유적서 ‘초기 철기시대 밭’ 국내 첫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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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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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 유적 발굴 현장에서 이영철 대한문화재연구원장(왼쪽)이 초기 철기시대 생활유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 유적(사적 375호)에서 초기 철기시대에 조성된 밭 경작지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BC 3세기~AD 1세기 개간
국내서 가장 오래된 경작지
대규모 농경복합 유적지 증명
“농업사 공백 메울 소중한 정보”

 광주시와 대한문화재연구원은 27일 “신창동 유적에 대한 16차 발굴조사 결과 BC 3세기~AD 1세기 초기 철기시대에 개간된 밭 경작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국시대인 AD 5세기쯤 만들어진 밭이 신창동에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초기 철기시대의 경작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이 밭은 완만한 경사의 구릉 하단에 조성됐다. 고랑과 이랑의 수가 10줄로 구성돼 초기 철기시대의 경작 형태와 규모·입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신창동에서 고대에 조성된 밭이 발견되면서 대규모 농경복합 유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1963년 시작된 발굴 작업을 통해 고대인들의 분묘와 주거지·가마·저습지 등에 이어 경작지까지 확인됐다. 광주시는 “국내 농업사 연구의 시대적 공백을 메우는 소중한 정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신창동은 우리나라 선사시대의 생활문화상을 살필 수 있는 유물들이 대량 출토돼 ‘고대사의 타임캡슐’로 불린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한 토기나 공구류·무기류·직물류·발화류·옻칠기술 등 초기 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걸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신창동에서는 1992년부터 저습지와 토기가마·구상유구·주거지 등 고대인들의 생활상이 잇따라 발견됐다. 농경의 기본인 씨앗과 수리시설·목기 등도 발굴돼 선사시대 생활상을 모아놓은 중요 유적지임이 확인됐다. 우리나라 기후 여건상 좀처럼 발굴되지 않았던 목제검과 칼집·활 등 무기류와 괭이·낫·도끼자루 등 농구류가 출토된 점도 관심을 끈다. 유물 대부분이 청동기에서 철기로 바뀌는 시대의 생활유물들이다.

 이곳에선 청동방울과 현악기·북 등의 악기, 신발골 같은 삼한시대 유물들도 다수 출토됐다. 1997년에는 국내에서 발견된 비단 중 가장 오래된 BC 1세기의 천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BC 1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칼집 장식품과 AD 5세기에 경작된 밭 유적이 확인됐다. 당시 발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개간된 경작지와 관련된 3개의 문화층이 발견돼 시대별 농경생활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박물관에서 살펴보는 신창동 고대 문화=신창동 주변에 살았던 고대인들의 삶은 국립광주박물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의 역사와 선사시대의 발화 기술을 조명하는 ‘불을 찾아서’라는 테마전을 통해서다. 1995년 신창동 유적에서 출토된 우리나라 최초의 발화구를 다음달 22일까지 전시한다. 발화봉과 발화대 세트로 구성된 발화 도구들을 통해 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참나무 발화봉을 느릅나무로 만든 발화대에서 양손으로 비벼 불을 일으키는 회전식 발화 방식을 소개한다.

 신창동에서 출토된 발화봉을 보관하는 ‘방화봉집’과 불을 보관하고 이동하기 위한 ‘관솔’도 볼거리다. 소나무 가지인 관솔에는 송진이 많이 묻어 있어 불이 잘 붙고 오랫동안 탈 수 있도록 고안됐다. 선사시대의 불씨부터 화약·전기·화력·원자력으로 이어지는 발화 기술의 역사도 보여준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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