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죽이고 관광객 위협 … 청산도 ‘떠돌이 개’ 피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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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매년 30만 명 이상 찾는 관광명소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떠돌이 개들로 인한 가축·관광객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완도군 청산도 주민들에 따르면 슬로시티(Slow City)인 청산도에서 지난 6월부터 가축들이 떠돌이 개들에게 물려 죽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떠돌이 개들에게 죽은 가축은 청산면사무소가 파악한 것만 염소 35마리, 닭 52마리 등 87마리다.

마을·관광지 누비며 공포감 조성

 주인 없이 산에서 생활하는 떠돌이 개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마을로 내려와 닭장에 있는 닭이나 마을 농지에 묶어둔 염소를 물어 죽인 뒤 동이 트기 전 달아난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떠돌이 개들은 주민들이 유기하거나 스스로 집을 나간 개들로 추정되고 있다. 주민 김모(77·여)씨는 “떠돌이 개들이 비교적 몸집이 큰 동물인 염소까지 죽이는 일이 계속되면서 혹시나 사람도 공격하지 않을까 걱정돼 저녁이 되면 가급적 외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떠돌이 개들과 마주쳐 겁을 먹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청산도에서 영화 ‘서편제’, 드라마 ‘봄의 왈츠’ 등 촬영지를 구경하거나 산책로인 슬로길을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최근 “개를 발견했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청산면사무소는 동물보호협회에 의뢰해 지난달 초 떠돌이 개 3마리를 사살했다.

청산면사무소 관계자는 “떠돌이 개들의 움직임이 빨라 모든 개를 사살하진 못했지만 우두머리급 개들은 모두 사살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다시 사살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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