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과 자동차 나눠 쓰는 공유경제가 미래 바꿀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사 이미지

한국을 찾은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19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자본주의가 부모라면 공유경제는 자식이다. 인터넷과 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가 미래를 바꿔나갈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대전 세계과학정상회의서 연설
젊은 세대엔 “도시 벗어나라” 조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0)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19일 대전시 컨벤션센터(DCC)에서 개막한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유경제란 생산된 물품이나 부동산 등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함께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리프킨 이사장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유의 종말』과 『공감의 시대』에서 공유경제의 등장을 예견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3가지(에너지, 교통, 통신) 혁명을 통해 사회가 변화해 왔다”며 “산업혁명기에는 에너지(증기기관)와 교통(철도), 19세기 미국에선 통신 혁명인 전화기가 경제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인류 전체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큰 과학 기술 혁명이 될 것”이라며 “한계비용이 거의 없이 전 세계가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계비용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말한다.

 그가 2001년 발표한 책 『소유의 종말(원제목 The Age of Access, 접속의 시대)』에서 예견한 대로 소유는 접속으로 대체되고 있다. 음악 CD 소비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다. 방송 시간에 맞춰 텔레비전 앞에 앉는 ‘본방사수’ 대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시청하는 등 영상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리프킨 이사장은 이와 관련 “나와 같은 2차 세계대전 세대는 집 안에 사진을 걸어뒀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진을 나누고 공유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기존 택시 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선 “문화적인 문제이자 기존 시장과 새로운 시장이 맞서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모인 자본주의는 공유경제 탄생을 예상치 못 했지만 자본주의는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공유경제가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길 바라고 있고 실제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프킨 이사장은 미래 경제 구조에 대해 “자본주의와 공유경제가 함께 돌아가는 하이브리드 경제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며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 장난감을 공유하거나 집과 자동차를 나누는 등 공유경제가 벌써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향해 “요즘 젊은 친구들은 뭔가에 굶주려 있지만 그게 뭔지 구체적으로 답하지 못한다. 한 가지 조언하자면 도시에 갇혀 있어서는 집중력이나 상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연을 벗 삼아 제대로 뛰어 놀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엔 57개국 과학기술 분야 장·차관급 인사와 12개 국제기구 수장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