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 경제도약과 안보강화 기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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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가 가입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27차 한미 재계회의에서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양국 기업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도 “이미 TPP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은 TPP에서도 미국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TPP 회원국 간 무역규모는 연 10조1800억 달러(1경2100조원)에 달한다. 회원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40%를 차지해 협정이 발효되면 지구촌 최대의 경제블록이 탄생한다.

TPP의 의미와 가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TPP는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외교ㆍ안보동맹 성격을 띤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아시아ㆍ태평양 국가들의 동맹체가 TPP라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런 입장을 이미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5일 TPP 타결 환영 성명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내버려둘 순 없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TPP 타결 후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함께 아태 지역에 자유와 번영의 바다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은 2년 전 TPP 원년 회원국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당시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됐고, 한중 FTA 협상이 진행 중이라서 TPP 협상에 참여하는 게 큰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소극적이었다. TPP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한 탓이다. 대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는 참가해 지금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에선 ‘한국이 미국과 멀어지고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경제적으로도 실익이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외경제연구원은“TPP에 참여하면 발효 10년 후 한국의 실질GDP는 1.7∼1.8% 늘고 불참하면 0.12% 준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외교ㆍ안보 측면까지 고려하면 계량화할 수 없는 이득이 있다.

박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TPP가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건 옳은 판단이다. 앞으로 과제는 TPP 12개 회원국과 어떻게 협상해 유리한 가입 조건을 끌어내느냐다. 한국은 이미 TPP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그래서 TPP 가입은 사실상 일본과의 FTA 체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의 FTA는 그동안 한국이 맺은 다른 나라와의 FTA와는 양상이 다르다. 일본의 자동차, 전자, 정밀기계, 부품소재 등 첨단 산업 경쟁력은 한국을 앞선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일본 기업에게 이런 고부가가치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재계가 TPP에 적극 나서지 못한 이유다. 한국은 그동안 문을 열고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성장했다. 그런데 유독 일본에 대해선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다. 경쟁을 피하면 도약을 할 수 없다.

TPP 회원국별 승인ㆍ비준이 이뤄지려면 1년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로선 시간을 번 셈이다. 이 기간에 정부는 국내 산업계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익과 실리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투명한 절차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내부협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래야 뒤늦은 TPP 가입을 경제도약과 안보강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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