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스크린 쿼터 유지 축소·폐지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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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영화가 이제는 스크린 쿼터라는 온실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은 또 다른 산업이 모두 개방과 경쟁을 하고 있는데 영화산업만 특혜를 줘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지하자는 측은 할리우드 영화가 몰려오면 국산 영화의 몰락은 물론 문화의 정체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선 기자

2002년도 한국 영화 점유율은 40%를 넘었다. 그래서 상당수 국민이 이제는 우리 영화가 자생력을 가졌으니 경제 논리에 의거해 스크린 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 제도)를 폐지해도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참 가슴이 답답하다. 그 말은 곧 교통사고율이 감소했으니 신호등의 수를 줄이자는 소리처럼 들린다.

유통문제 때문에 좋은 한국 영화 만들기가 문제 해결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최근 개봉된 자랑스러운 우리 영화 '살인의 추억'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보다 두배가 훨씬 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두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극장주들에게 고르라고 한다면 모두가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선호할 것이다. 이는 사전에 흥행을 검증할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한 채 상영해야 하는 한국 영화와 달리 할리우드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이 이미 검증된 안정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리우드는 엄청난 영화 편수를 갖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 영화는 1년에 기껏 50여편의 극영화가 제작되고 흥행작이라야 네다섯편에 불과하다. 스크린 쿼터가 축소된다면 자연히 극장에서는 직배 영화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스크린 쿼터를 유지해 한국 영화가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박중훈(영화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