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조영, 도전권으로 향하는 최후의 길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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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1국
[제1보 (1~18)]
白.金 主 鎬 3단 | 黑.安 祚 永 7단

안조영7단, 조훈현9단, 이세돌7단 3명이 4승1패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게다가 이 뒤로 3승2패의 조한승6단과 김주호3단이 뒤를 쫓고 있어 왕위전은 자칫 5명이 동률이 될 수도 있는 미묘한 상황이다.

5월 16일 안조영과 김주호가 맞닥뜨렸다. 쌍방 이 한판의 무게는 너무도 잘 안다. 특히 安7단은 이 판만 이기면 다음 판은 전패를 당하고 있는 유재형6단이다.

安7단이 2승을 추가해 6승1패로 리그를 마무리짓는다면 그는 어쩌면 그대로 도전자가 될지도 모른다. 조훈현과 이세돌은 아직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2패'가 된다.

또 한판도 조훈현9단은 까다로운 서봉수9단이 남았고 이세돌7단 역시 골치 아픈 조한승6단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안조영에겐 이 판이 겉보기보다도 몇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올해 초 파죽의 22연승을 거둔 김주호3단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신흥 강자. 두터움을 배경으로 강력하게 죄어드는 金3단의 조르기에 한번 걸려들면 누구나 뼈가 부러진다.

김주호를 맞이하는 安7단의 초반 포석이 재미있다. 6으로 갈라쳐온 돌에 7로 부딪쳐 17까지 두는 극단적인 실리 전법을 들고나온 것이다.

기리(棋理)에 이르기를 "상대의 약한 돌에 부딪치지 말라"고 돼 있다. 그러나 17까지의 수순은 이 기리와 크게 어긋난다. 요즘의 최신 수법은 이렇게 파격적인데 과연 결과는 누가 좋을까.

아마추어의 눈으로는 백 세력은 별것 아니고 흑 실리는 커 보인다. 프로는 백이 A에 두는 수가 신경 쓰인다고 한다. 이창호9단도 이 그림을 두고 "흑이 별것 없다"고 했다는 소식.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얼마 전의 후지쓰배 8강전에서 이창호9단이 이 수법을 그대로 썼다는 점이다. 바로 '참고도'인데 이때 왕리청(王立誠)9단과 맞선 李9단은 흑을 들고 7까지의 변화를 만들어냈고 결국 승리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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