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외무회담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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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중국 외무장관 회담(연합뉴스)

▶ 일본외상과 회담하고있는 리자오싱중국외교부장(AP=연합뉴스)

중국 내 반일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베이징(北京)의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중.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두 시간에 걸쳐 현안을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회담은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중국의 반일 시위가 더 큰 주제였다.

마치무라 외상은 "3주 동안 계속해 일본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있다니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중국 정부가 국제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중국 당국은 최근 사태에 대해 일본에 사죄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특히 중국이 반일 시위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과거 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과오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중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일본 국민에게 죄송스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일본의 '사죄 요청'을 일축했다. 리 부장은 "중국 정부는 모든 일을 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맞섰다. 또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정부가 대만문제와 인권문제 등의 국제문제, 특히 역사문제 등에서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교과서 왜곡 문제가 중국과 아시아 인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사실관계를 뒤바꿔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치무라 외상은 양국 간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역사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리자오싱 부장은 "제안을 대단히 중시하며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베이징.도쿄=유광종.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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