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고, 잘 때리고, 잘 지키고…SK 잘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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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는 훌륭한 선수를 공.수.주 삼(三)박자를 갖췄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파이브-툴(five tool) 플레이어도 이와 비슷한 뜻이다. 야구를 잘 하는데 필요한 다섯가지 기능으로 타격의 정확성, 장타력, 빠른 발, 강한 어깨, 넓은 수비범위가 꼽힌다.

팀으로 관점을 넓혀도 마찬가지다. 홈런만 펑펑 때린다고 강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타선을 뒷받침하는 투수력, 또한 투수를 보호하는 수비진의 능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강한 팀이 된다.

이런 점에서 17일 문학 기아전에서 3-0 완봉승을 거둔 SK는 공.수의 조화가 단단하게 뒷받침된 팀임을 잘 보여줬다.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제춘모의 구위도 뛰어났고, 경기 초반 착실히 점수를 뽑아낸 타선의 위력도 대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기 후반 실점 위기를 넘기게 한두 차례의 호수비가 기아의 추격 의지를 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회까지 3-0의 리드를 지킨 SK는 7회초 무사 1루의 위기를 맞았다. 제춘모의 힘이 떨어질 때였다. 기아는 대타 이재주를 기용했고, 이재주는 중견수 앞으로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SK 중견수 조원우는 빠른 발을 이용, 발 앞에 떨어지는 공을 노바운드로 낚아올리며 기아 1루주자 박재홍을 잡는 병살타를 만들었다.

SK는 8회초 무사 1루에서도 기아 이종범의 안타 때 좌익수 조경환-유격수 김민재-2루수 정경배로 이어지는 깔끔한 릴레이 플레이로 2루로 뛰던 이종범을 아웃시켰다. 무사 1,3루 또는 무사 2,3루 찬스가 1사 3루로 변했다.

기아의 추격세가 한풀 꺾이는 순간이었다.

문학=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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