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영 기자의 '오후 6詩'] 어머니의 빈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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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시인이 아픈 후로 긴 외출을 해본 적이 없다.
그 흔한 여행도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모처럼 시간을 내어 외할머니 댁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시기로 한 것이다.
손과 발이 되어주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일주일.
길기도 하다.
어머니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다.

당신은 내게
늘 바람막이가 되고
나는 늘 당신의
모진 바람만 되는 것을

책 『지금, 사랑』 中

2007년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시인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열 살 때부터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더니 조금씩 몸이 굳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아예 자리에 드러누웠죠. 온몸이 돌로 변해가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박진식씨의 이야기입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을 가진 '돌시인'으로 더욱 유명한 그의 곁을 항상 지키는 이는 어머니뿐이었습니다. "어머니를 가장 편하게 해주는 일은 자신이 어머니 곁을 떠나는 것 뿐"이라고 말하던 장면을 보며 저도 눈물을 많이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책 『지금, 사랑』은 휴먼다큐 사랑을 만들었던 대표 PD 6명이 참여해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힘겹게 투병 생활을 하던 아기 천사 '해나'부터 시한부 삶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삶에 대한 용기를 잃지 않은 정미씨가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담담하게 그려졌습니다. 항상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번 명절 풍족하진 않아도 두 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집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re@joongang.co.kr

[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時]
벼랑을 건너려면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사무실의 멍청이들
시인이 사랑 고백을 거절하는 법
그대와 나 어두운 밤바다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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