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야구열기, SK가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인천 시민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은 강했지만 프로 야구를 좋아할 수는 없었다. 프로 야구가 인천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은커녕 패배감과 절망만 안겨줬기 때문이다.

인천 야구의 불행은 1982년 인천을 연고로 태어난 프로야구 삼미 슈퍼스타즈가 최하위권을 맴돌 때 시작됐다.

인천 시민들은 85년 청보 핀토스로, 88년 태평양 돌핀스로 연고팀 이름이 바뀔 때마다 응원가 '연안부두'를 목청껏 부르며 '혹시나'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프로야구의 나쁜 기록은 대부분 인천 연고팀에서 나왔고, 또 인천 연고팀이 그 기록을 경신했다.

96년 대기업 현대 유니콘스가 들어와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냉담해진 시민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이지는 못했다.

현대가 98년 우승했을 때 평균관중은 5천명이 채 안됐다. LG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전북 연고팀이던 쌍방울이 2000년 SK 와이번스라는 이름을 달고 인천에 왔을 땐 형편이 더 나빴다. 당시 인천 경기장의 관중은 1천2백81명으로 1만6백84명을 동원하던 LG의 12%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SK는 올 시즌 최고 인기팀으로 거듭났다. SK 박철호 홍보팀 차장은 "SK가 인천팀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인천 야구가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좋아했다.

SK의 홈인 문학경기장에는 16일 현재 22만4천8백56명의 관중이 다녀갔다. 경기당 평균 8천30명으로 LG에 이어 두번째다. 관중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좋은 성적이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달리고 있는 SK는 인천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문학경기장이 국내 야구장 중 가장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는 점도 관중을 끈 한 요인이다.

SK의 효과적인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SK 홍보팀은 무명 조범현 감독을 전격 발탁해 성공스토리를 엮어냈고, 광속구 투수 엄정욱을 그럴듯하게 홍보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