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술 취해 한 얘기냐” 직격탄 날린 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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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발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 의원은 지난 15일 “지금 여권 대선 주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친박 대선 후보’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현재 1위인 김무성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에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1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상현 의원의 발언이 혹시 술에 취해 한 얘기인지, 맨정신으로 한 얘긴지 궁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무성 흔들기’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서 차기 대선권력 갈등을 표면화시킨다면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을 재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라는 친구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재외공관 국감을 마치고 귀국한 윤 의원은 “나는 맹물 먹고 취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발끈했다.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주장했다는 지적에 대해 “과도한 논리적 비약”이라면서도 “(김 대표가 앞서가는) 현재 여론조사의 착시현상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놓고 비박계의 반격이 이어졌다. 비박계인 정두언·홍문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하겠다는 건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것” “단독으로라도 오픈프라이머리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에 대한 반격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17일 김 대표 면전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겠다더니, 그게 어려워진 마당에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으라”고 치고 나갔다.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룰(국민선거인단 방식 경선)이 확정되면서 김 대표가 추진해온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내년 총선 공천이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바로 이튿날 비박계가 ▶김 대표를 흔들지 말고 ▶오픈프라이머리 무산을 기정사실화하지 말라고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와 함께 당의 ‘투톱’인 원유철 원내대표가 미묘한 발언을 해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오픈프라이머리의 여야 동시 시행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야당의 공천 룰 확정으로) 사정 변경이 생겼으니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방안을 기초로 새로운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친박계는 “김 대표에게 출구전략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했지만, 비박계는 “서 최고위원과 가까운 원 원내대표가 ‘친박 본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와 만나 의사를 타진해 보고 그 다음에 결정할 것”이라며 “마지막 노력을 할 때까지 해보고 도저히 못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정신하에 공식 기구를 만들어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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