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걸음걸음이 지뢰밭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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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2국>
○·탕웨이싱 9단 ●·김지석 9단

제14보(142~154)=초읽기에 쫓기는 종반은 칠흑처럼 어두운 미궁 속의 미로를 헤매는 것과 같다.

프로의 승부는 반집을 다툴 만큼 미세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지금까지의 우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발 삐끗, 하는 순간 전세가 역전되고 승부도 거기서 끝날 것이다.

142부터 154까지 12수, 쌍방으로 나누면 두 대국자가 불과 여섯 걸음씩 이동했을 뿐인데 등골로 식은땀이 흐른다. 걸음걸음이 지뢰밭이다.

수순 중 148은 최선의 맥. 아무리 국면이 좁아졌다고 해도, 초읽기에 쫓기는 열세의 국면에서 그것도 이 대국을 놓치면 우승이 날아간다는 중압감을 견디면서 이런 수를 찾아내는 건 ‘고수의 면모’라 칭찬할 만한 집중력이다.

무심코 그냥 ‘참고도’ 백1로 밀어 알기 쉽게 처리하려고 했다간 흑2, 4 이하 12까지 크게 걸려든다. 148은 그런 자충의 함정을 피해 154까지 빠져나가는 길을 밝히는 조명탄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중앙과 우상귀의 백 대마는 괜찮은 걸까. 좌변 흑은 잠시 외면하고 흑A, 백B, 흑C면 백 대마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숨이 턱턱 막혀오고 서울과 시안의 검토실은 또 다시 분주해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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