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산케이, 주일 대사의 기사 삭제 요구에 "사과하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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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수 주일 한국대사가 15일 도쿄 산케이신문 본사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일본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에 비유한 칼럼을 인터넷판에서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유 대사는 구마사카 다카미쓰(熊坂隆光) 산케이신문 사장을 만나 지난달 31일자 ‘산케이 익스프레스’와 ‘산케이 인터넷판’에 실린 ‘미국·중국 양다리, 한국이 끊을 수 없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란 제목의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일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산케이는 지난 1일 주일 한국대사관 홍보관이 신문 편집국장을 만나 칼럼 삭제를 요구했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유흥수 대사는 “이 칼럼은 이웃나라의 황후를 가장 잔혹하게 살해한 역사적 만행에 대한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하는 등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근본 원인이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에 기인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선의 사대주의 때문이라는 주객전도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문제의 칼럼이 박 대통령의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을 ‘사대주의’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외교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유 대사는 “산케이신문이 ‘보도의 자유’라는 미명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한·일 관계를 위해서도 다시 악재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주일 한국대사관은 전했다.

이에 대해 구마사카 사장은 “해당 칼럼은 하나의 ‘논평’으로서 한국 국민을 비방·중상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기사는 기자의 자유로운 논평, 평론이다. 삭제나 사과할 생각이 없다. 자유로운 저널리즘의 표현은 자유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의 하나"라며 삭제 요구를 거부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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