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리자청 왕국'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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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리자청(李嘉誠.75) 회장의 기업 왕국이 흔들리고 있다.

창장(長江)실업(부동산 개발업체)과 허치슨 왐포아(항만.유통.무선통신), PCCW(電訊盈科, 유선전화.인터넷 통신)와 같은 초우량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李회장은 홍콩에선 '재계의 수퍼맨(超人)'으로 불린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그의 재산을 78억달러로 평가해 세계 28위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주말 창장실업과 허치슨 왐포아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떨어뜨렸다.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등급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떨어졌다. S&P측은 "투자 위험이 큰 3G사업을 확대할 경우 수익성이나 부채비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자청의 진짜 고민은 차남인 리처드 리(李澤楷.36)에게 맡긴 PCCW의 경영난이다.

PCCW는 유선전화 3백13만회선(시장 점유율 81.7%), 인터넷망 55만9천회선(점유율 55.3%)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나 후발 업체들의 치열한 판촉전과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1조2천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들어 유선전화에서 매월 3만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가고 있다. 그 바람에 2000년 초 주당 19만원을 넘었던 PCCW의 주가는 최근 8백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게다가 李회장의 사업 기반인 홍콩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부동산.주식 시장이 죽을 쒀 그의 재산은 가만히 앉아서 줄어드는 판이다. 지난해의 경우엔 전년보다 22억달러나 급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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