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현 회장 배임죄 파기 환송 … 감형 가능성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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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대법원이 이재현(55) CJ그룹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던 이 회장의 형량은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감형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1600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상고심에서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에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배임 혐의는 인정되지만 형법에 비해 가중 처벌되는 특경가법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앞서 이 회장은 국내외에서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비자금과 주식을 운용하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718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공소사실 중에는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 CJ 해외법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392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도 있었다.

 1심은 이 가운데 조세포탈 260억원, 법인자금 횡령 603억원, 배임 363억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횡령액의 상당 부분을 “개인 착복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해 조세포탈 251억원, 횡령 115억원, 309억원의 배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회장에 대한 혐의를 한 번 더 덜어줬다. 대법원이 파기한 부분은 309억원의 배임 혐의 부분이다. 이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팬재팬(Pan Japan)㈜ 명의로 2006년과 2007년 일본 도쿄의 상업지역인 아카사카에 있는 팬재팬 빌딩(매입가 22억 엔)과 센트럴 빌딩(매입가 18억 엔)을 사들일 때 매입자금 대부분을 신한은행 도쿄 지점에서 대출받았다. 당시 신한은행이 담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CJ재팬㈜이 대출원리금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

 검찰은 대출원리금 전액(50억 엔·392억원 상당)을 CJ재팬㈜의 손해로 보고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형법상 배임죄의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반면 특경가법은 배임으로 인해 얻은 이득액이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회장의 행위는 이득액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라며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채무자인 팬재팬㈜이 당시에 대출을 갚을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대출금을 스스로 갚을 상당한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대출 당시 담보로 잡힌 각 건물에서 발생하던 연간 약 1억 엔, 8000만 엔 이상의 임대수익만으로도 대출원리금 상환이 가능했고 ▶실제로 이자 상환을 밀린 적도 없었다는 점이 대법원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배임죄는 손해 볼 위험을 발생시킨 것만으로 인정되는 범죄”라며 “형법상 배임죄 적용까지 부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나머지 횡령·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유죄를 인정한 2심과 같았다.

 CJ그룹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주요 유죄 부분이 파기돼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이 회장은 1심 재판 중이던 2013년 8월 만성신부전증으로 부인 김희재씨의 신장을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으나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나고 유전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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