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인이 영어로 말할 때 정말 감탄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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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나는 한국인들이 영어로 이야기할 때 굉장히 감탄한다. 말하다 실수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얼마나 크게 감탄하는지 한국인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다. 내 주변에는 영어 실력이 훌륭하지만 실수가 두렵거나 창피해서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

 참석자 대부분이 한국인인 회의에 들어간 적이 있다. 상사는 모두에게 영어로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다들 몇 년간 영어를 공부한 고학력자였지만 영어로 발표하는 것에는 불편해하며 머뭇거렸다. 한 참석자가 자신감 없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 부끄럽다”며 말문을 뗐다. 그런 다음 회사의 전망·전략과 같은 다소 복잡한 주제에 대해 30분간 영어로 발표했다. 감탄한 나는 발표자에게 그렇게 잘하면서 왜 그리 주저했는지를 물었다. “실수를 많이 하면 사람들이 비판할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몇 가지 실수를 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 발표자에게 비판 대신 존경과 놀라움만 느꼈다고 말해줬다.

 한국인에게 이런 경험은 흔할 것이다. 실수가 두렵고 그로 인해 위신이 깎일까 봐 영어로 말하기를 주저한다. 그런 한국인들은 자신이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그 실력에 외국인들이 얼마나 감탄하는지를 반드시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더 자신감을 가지고 영어로 말하고 부담 없이 실수하면서 실력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영어에 감탄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외국어를 할 때 실수는 피할 수 없다. 내가 한국말을 할 때도 많은 실수를 하지만 한국인 친구들은 내 실력을 칭찬한다. 모국어 사용자가 아닌 내게 완벽한 한국어를 기대하지도 않을뿐더러 실수는 배움의 일부분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말을 할 때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 있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언어의 목적은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는 것이지, 완벽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영어와 한국어는 문법과 규칙이 상당히 다르다. 그런 한국어를 힘들게 공부해 봤기에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마지막으로, 공부 환경이 다르다. 한국에 사는 나는 한국어 말 상대가 수두룩하고, 거리에는 온통 한글이다. 영어로 대화할 사람이 별로 없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은 대단하다.

 그러니 한국인들이여, 이제 외국어로 말할 때 자신 있게 하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거기에 담긴 당신의 놀라운 노력과 성취를 알아볼 것이다.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