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현대상선 회계조작 수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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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특검이 현대상선의 회계조작 의혹을 본격 수사하기 시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현대상선의 회계담당 상무 등을 부른데 이어 이번 주 초 이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의 책임자 등을 소환 조사키로 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검팀은 "현대그룹의 회계조작 부분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던 수사팀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회계 조작 혐의를 수사하는 이유는 진실 규명에 비협조적인 현대그룹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특검팀은 "현대 고위 관계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해 왔다. 따라서 회계장부를 허위 기재한 부분을 조사해 위법 사실을 잡아내 이들이 조사에 '성의껏' 응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단순한 압박용으로만 쓰일 것 같지 않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불법 행위에 개입한 현대 관계자들을 어떤 형태로든 사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 조작 자체는 특검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대북 송금을 해놓고도 선박 구입비로 허위 기재한 이유가 대북 송금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부분만큼은 수사 대상이라는 게 특검팀의 생각이다.

그럴 경우 회계 조작에 관여한 현대상선 책임자들에 대해 증권거래법상 허위공시와 주식회사 외부감사법률 위반죄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 회계자료를 대출 용도로 이용했을 경우 사기 혐의도 물을 수 있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조사 내용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이를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현대상선뿐 아니라 현대건설 등의 장부에서도 회계 부정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경우 2000년 6월 1억5천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하면서 해외 공사비로 위장한 부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두 회사의 회계 허위 기재 혐의가 드러날 경우 재계에 적지않은 파장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전진배.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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