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 갈등' 폭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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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란이 핵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정황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란은 14일 중수로 건설 계획을 밝히며 "평화적 목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떠한 형태의 핵개발도 용납할 수 없다"며 조건없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외신들은 IAEA가 이란의 중수로 건설 문제를 정식으로 다룰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러나는 이란 핵시설=일본 교도(共同)통신은 14일 이란이 지난달 IAEA에 실험용 중수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중수로(重水爐)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시설이다.

이란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중수로(40MW급)는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2백30㎞ 떨어진 이라크 지역에 세워질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 중수로는 이란이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핵심 증거로 미국과 이란 반체제 인사들이 수차례 지목했던 시설이다. IAEA는 16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란 측에 중수로 건설의 명확한 목적을 밝히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은 또 올 초 아스파한시 북부 나탄즈에 정교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시인하는 등 핵시설을 잇따라 국제사회에 공개했지만 일관되게 "전력 생산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산 로와니 이란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은 "대량살상무기(WMD)는 이란의 국가안보 전략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핵개발 의혹을 부인했다.

◆핵개발 전방위 압박=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인 미국으로선 이란의 핵개발을 어떠한 형태로든 묵과할 수 없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란은 최근 모든 핵시설에 대한 IAEA의 사찰 수용 조건으로 평화적 목적의 핵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미국에 제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조건없는 핵사찰"만 요구했다고 지난 13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가 핵연료를 제공하기로 합의하고 민간 주도로 경수로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시설과 중수로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을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다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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