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월드] WMD와 국제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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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는가 없는가에는 국제법적 쟁점도 있습니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전쟁과 같은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는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회복하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 사용을 결정할 때"(7장 42조)나 "자위권을 행사할 때"(7장 51조)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국제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안보리가 공격을 승인하거나, 침략 등을 당한 나라가 이에 맞서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는 전쟁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이라크전은 어떻습니까.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안보리에서 무력 사용을 승인하는 결의를 받지 않은 채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나섰고, 또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공격을 당한 뒤 자위권 차원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도 아닌 만큼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은 이를 반박합니다. 지난해 11월 안보리는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라는 안보리 결의 687호를 거부한 중대한 위반을 했다"는 결의 1441호를 냈습니다. 미국 등은 1441호 결의에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했음을 명시했기 때문에 자위권 행사의 차원에서 무력 사용도 허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된다면 미국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됩니다. 이라크가 유엔 결의까지 위반하며 대량살상무기를 몰래 만든 채 유엔과 국제사회를 속인 만큼 공격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다른 나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즉 전쟁의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전쟁의 정당성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고를 공격했을 때에도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당시에도 유고가 코소보에서 벌이는 잔혹한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는 명분이 인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국제법과 국제기구까지 무시한 채 전쟁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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