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우왕좌왕 난조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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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2국>
○·탕웨이싱 9단 ●·김지석 9단

제7보(59~70)= 상변 59로 툭, 끊는 손길이 부드럽다. 이건,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선물(?)이다. 비록, 그 대가로 우상귀 60으로 파고들어 64까지 도려냈으나 백△를 거저 삼키다시피 한 전과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문자 그대로 ‘새발의 피’다.

 별 고민 없이 67로 밀어 기꺼이 68의 빵따냄을 허용한 건 그런 마음의 여유. 충분히 얻었으니 두텁게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박영훈 9단은 ‘백이 진다면 이 일대의 행마가 패인’이라고 단언했고 현장에 동행한 목진석 9단은 ‘좌변 흑 일단을 공격하는 고난도의 전략을 구사하다가 갑자기 기수를 돌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우왕좌왕 난조의 배경. 어쩌면 탕웨이싱은 흑A의 공격을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발 빠르게 실리를 챙기고 있지만 언제든 돌아서서 칼을 뽑아들면 누구보다 매서운 살수(殺手)를 퍼붓는 상대가 바로 김지석이니까.

 김지석은 긴 숙고 없이 우하귀 69로 굳힌다. 이 수로는 B의 곳을 막을 수도 있고 좀 더 튼튼하게 둔다면 ‘참고도’ 흑1도 있다. 좌변 흑 일단을 지원하면서 추후 흑a로 백을 갈라 공격하는 수단을 엿보는, 공수겸용의 요처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역시 우하귀 69. 이곳을 굳힘으로써 실리로는 백이 따라잡기 어려운 차이가 벌어졌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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