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없이 9개 버디쇼 … KPGA역사 바꾼 장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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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투어 최다 언더파 신기록(24언더파)을 세운 장동규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내 남자프로 투어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KPGA 선수권 우승을 거둔 장동규가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KPGA]

장동규(27)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다 언더파 신기록(24언더파)으로 우승했다.

 장동규는 3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제58회 함께하는 KPGA 선수권’ 최종 라운드에서 무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버디만 9개를 뽑아낸 그는 2002년 한국오픈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32·스페인)가 세운 23언더파를 넘어서는 새 기록을 세웠다. 2008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장동규가 국내에서 우승한 건 7년 만에 처음이다. 장동규의 등장은 위기의 KPGA가 가뭄 끝에 만난 단비다.

 지난 6월 28일 군산CC오픈 이후 한국 남자 프로골퍼들은 2개월간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시즌이 절정을 향하는 계절이지만 남자골프의 인기가 떨어져 대회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13개 대회가 예정됐지만 그나마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취소돼 12개로 줄었다. 여자프로골프(29개)에 비해 대회 수가 반도 안 된다.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메이저 대회 KPGA 선수권조차 타이틀 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결국 총상금이 2억원 줄어든 8억원짜리 대회가 됐고, 스폰서 대신 ‘함께하는’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코리안투어는 수도권에서 열렸음에도 갤러리의 발길이 뜸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코리안투어에 장동규의 최다 언더파 기록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장동규는 한국 골프 선수로는 드물게 게리 플레이어(80), 어니 엘스(46)를 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남아공 쪽에서 사업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좋은 환경에서 중학교 3년 동안 골프를 쳤다. 2004년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귀국한 장동규는 그해 세미 프로 테스트에 통과했고, 2년 뒤 KPGA 정회원이 됐다. 2008년 1부 투어에 합류한 그는 준우승만 두 차례 하는 등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 오픈에서 1부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키 1m80cm인 장동규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이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투어에서 그린 적중률 8위, 드라이버 정확도 3위를 달리고 있다. 장동규는 프로 데뷔 때 세운 목표인 ‘KPGA 선수권 우승’을 위해 일본 투어에 참가하지 않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1번 홀부터 3연속 버디로 치고 나간 장동규는 이후 6개 홀에서 파 세이브에 그쳤다. 그 사이 ‘수퍼 루키’ 이수민(22·CJ오쇼핑)이 5타를 줄이며 20언더파 2타 차 선두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장동규는 후반 시작과 함께 무섭게 치고 나갔다. 10번 홀부터 5연속 버디를 낚았고, 12번 홀에서는 23m 퍼트를 집어넣기도 했다. 장동규는 하늘코스에서 가장 어렵다는 17번 홀(파4)에서 1.5m 버디를 잡아내며 극적으로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박효원(28·박승철헤어스튜디오)과 김기환(24)이 20언더파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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