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마음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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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교육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 어언 15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번의 방학이 다른직종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황금의 휴가임에 틀림없다.
휴가기간중 별다른 제약없이 여헹을 떠나고 싶을 때 떠날수 있다는 것이 여간한 행복이 아닐수 없다.
한편 교사들이 누리는 무한한(?)휴가는 장외교육의실습기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교육의 터전을 마련하는 준비기간이요 휴식·정리기간인 것이다.
나는 여름휴가엔 정해진 행선지가 있다. 전북익산군에 있는 동서집이 우리가족의 단골 피서지다.
몇년째 여름이면 애들를 몰고 동서집으로 진군한다.
아이들은 바다에 가자고 성화지만 적당히 구슬러 동서집을 찾곤 한다. 우리애들에게 1년에 단 며칠만이라도 농촌의 그윽한 정취를 흠뻑 맛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동서나 처형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뛰어넘고마는 것이다.
만여평의 논밭속에 자리한 외딴집. 우리들은 「초원의 집」이라고 부른다. 우물가의 후박나무, 집주위에 빽빽이 들어선 대나무가 으시시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밭에서 방금 따온 야채로 성찬을 이룬 대평상에서의 식사.
쑥내음 가득한 모깃불. 밤이면 지붕위로 하얗게 쏟아질 것같은 별들. 어느것 하나 서울에서 찾아볼수 없는 귀한 것들이다.
며칠 지나면 딱딱한 시멘트 속에서만 자라고 있는 서울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해 짐을 꾸리지 않을 수 없다.,
혹 연락은 오지 않았나, 건강은 어떤가, 모든것이 걱정투성이다.
겨울휴가는 또다른 의미가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정리의 기간이며 신학기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지난해 미비했던 교과목 보완및 신학기에 필요한 자료정리와 준비가 그것이다. 뿐만아니라 교사로서 폭넓은 소양을 갖추는데 필요한 독서도 방학중의 중요 과제다. 하지만 욕심대로 모든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어쩌랴.
마음대로 활용할수 있는 휴가기간중에도 항상 내 행동반경에 제동이 걸리는것은 무한책임의 여가를 보내야하는 교사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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