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사기범 리스트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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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범죄가 사법적 제재와 징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사기범만큼 신용사회의 해독을 끼치는 범죄도 드물다.
사기범죄는 상대방을 기만해 남이 애써 모은 재산을 몽땅 가로채는 범죄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재화를 근검 절약과 신성한 일의 댓가에서 찾으러 하지않고 땀 한방을 흘리지 않고 남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나쁜 심사가 작용한 범죄이기도 하다.
이들은 법을 교묘히 이용하기도하고 고위층을 팔기도하며 목돈을 노린다. 최근에 부쩍 유행하는 사기유형만도 15가지나 되고 분양사기·빙자사기·전세사기·계사기·의업사기 등이 대표적 사기 유형이다.
이러한 사기풍조는 그 폐해가 피해당사자에게만 그치지 않고 우리가 추구하는 건전한 사회기반까지 흔들어 놓게 마련이다.
서울지검이 이런 범죄에 대해 유례없이 전담반까지 설치, 뿌리를 뽑겠다고 나서고 있다.
검찰은 상습적인 감직 거액사기범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사기전문범들의 동태도 추적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또 과거 처럼 사기범의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빼돌린 재산까지 추적해 되찾아 주겠다는것도 마땅한 처사다.
다만 이번 기회에 악질적인 채무불복행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법무부는악질적이 채무불이행자의 근절책으로 형법이나 특별법으로 채무 불이행죄의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으나 지금껏 계류상태에 있다
악질적인 채무불이행자는 남의 돈을 꾸어 떼어 먹으면서 법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해 사기범죄로도 구성되지 않게 해 민사사건화 해놓고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다. 따지고 보면 사기범보다 더 지능적이고 악질적인 행위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수법이 성행하고 있으며 선량한 시민이 구제받지 못해 애를 태우는 모습을 얼마든지 볼수 있다.
가정부가 10여년간 모은 돈을 몽땅 떼어 먹은 다음 재산을 친척명의로 이전시켜놓고 호의호식하거나 빌딩등 부동사흘 굴리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악질 채무자도 많다.
채무자 가운데는 빌은 돈으로 사업을 하다 무일푼이 된 선의의 채무자도 더러는 없지 않다.
이러한 채무자를 처벌하는 것은 처벌의 의미도 없고 처벌할 명분도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악의의 채무자가 가혹한 응징을 받고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어져야 건전한 사회가 이뤄지는 것이다.
독·불에서는 채무부담자가 재산을 은닉했거나 처분해버리고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죄로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영-미법 체계에서도 법정모욕죄 등으로 처벌하고있다.
물론 채무불이행죄의 신설이 무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민사사건의 형사화 우려나 돈을 안갚는 행위에 체형을 가하는 것은 중세기적 법사고라는 이론도 있다.
또 악질 사채꾼들이 선량한 채무자를 골탕먹이는 악용의 우려도 있고 금전거래가 경색될 경제적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민사사건에 비용이 많이 들고 빈사재판이 너무 오래 걸리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악질적인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피해자의 손쉬운 원상회복을 보장해 주어야하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다.
사회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쁜 현상에 대해 법리만 따지고 있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채무불이행죄의 신설이 법리상 불가능한 것이라면 근절을 위한 차선책이라도 마련해 신용사회의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는 대책을 수립할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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