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돈도 명예도 '꿈'만하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프로선수에게도 공짜경기가 가능할까?

그렇다. 적어도 독일 할레에서 열리고 있는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 게리웨버 오픈(총상금 80만유로.약 10억원)에 참가한 '빅 서버' 엘 아나위(32.모로코.세계랭킹 24위)에게는 '돈' 보다 '꿈'이 먼저였다.

아나위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예정에도 없던 경기를 두번이나 뛰었다. 휴식일을 맞아 아나위는 주최 측에서 요청한 팬 사인회에 참가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사인받으러 온 15세 소년 2명이 겁없이 "타이브레이크 매치에서 2점 이상 딸 자신이 있다"고 덤비는 것이 아닌가. 아나위는 즉석에서 자신의 라켓을 상품으로 걸고 도전을 받아들였다. 가랑비 때문에 코트 바닥이 미끄러워 다칠 수 있다고 주위에서 말렸으나 아나위는 소년들의 대범함에 더 즐거워했다.

결과는 두 경기 모두 7-1로 '대스타'의 당연한 승리. 그러나 아나위는 소년들이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딱 한 포인트씩만 잃어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9일 1회전에서는 와일드 카드를 받은 19세짜리 독일 선수를 2-0(6-1,6-3)으로 완파한 뒤 자청해 한 세트를 더 뛰었다.

투어대회에 처음 출전한 어린 선수가 제대로 실력을 못 냈다며 "다시 해보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다분히 '쇼맨십' 넘친 행동이었으나 덤으로 경기를 더 보게 된 관중들은 아나위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팬이 됐다.

할레=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