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진행, 속죄포 쏘아올리고 두통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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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일 만에 시즌 14호 홈런을 쏘아올렸지만 웃지 않았다. 프로야구 한화 외야수 최진행(30)은 고개를 푹 숙이고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더그아웃에서 축하해주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최진행은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금지약물 복용 논란을 일으켰던 최진행이 12일 수원에서 열린 kt전에 6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6월 23일 대전 넥센전 이후 50일 만의 1군 선발 복귀다. 이날 최진행은 차분하게 경기 준비를 했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두 시간동안 경희대에서 특타를 소화했다. 경기장에 와서는 쉬지 않고 바로 외야 수비 훈련을 했다. 말복 뜨거운 더위에 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렸지만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최진행은 1회 초 그의 타순이 됐을 때 평소처럼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타석 바깥에서 주춤거리더니 헬멧을 벗고 뒤를 돌아 관중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다시 허리를 굽혔다. 속죄의 인사였다. 최진행은 지난 6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됐다.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는지 몰랐다"고 소명했지만 약물 복용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최진행도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성했고 징계 기간 동안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야구가 간절했던 최진행은 첫 타석부터 대포를 쏘아올렸다. 2-0으로 앞서있는 1회 초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주권의 3구째 슬라이더(시속 124㎞)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직감했지만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2회 초에도 바뀐 투수 엄상백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쳤지만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불미스러운 일 이후 복귀전이라 과도하게 긴장했던 최진행은 두통을 호소했다. 3회 타석 때 조인성과 교체됐고 동수원병원으로 가서 링거를 맞았다. 최진행은 2타수 2안타(1홈런)·4타점·2득점을 기록했다.

최진행은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서니 긴장됐고 머리가 아팠다. 첫 타석에서 공이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됐다.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줬는데 그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울컥했다"며 "전체적으로 훈련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특타와 수비 훈련을 보충해서 정상 컨디션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남은 경기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최진행의 투런포를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쏟아내며 kt를 13-4로 누르고 올 시즌 처음으로 4연승을 질주했다. 5위 한화는 6위 KIA와 격차를 2경기 차로 벌렸다. 선발투수 송창식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시즌 5승(5패)째를 올렸다.

수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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