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의 23년 수족 김성회 비서실장 ‘신경쇠약’으로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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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빨간색 원 안이 신임 이일민(56) 비서실장(전무). [사진 김포공항=박종근 기자]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23년간 보좌해온 ‘신격호의 수족’ 김성회(72) 비서실장(전무)이 사퇴한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김 전무는 최근 건강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무는 1992년부터 신 총괄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해 온 인물이다. 충남 예산 출신인 김 전무는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롯데제과에 1971년 입사했다. 이후 도쿄 주재원, 롯데칠성음료 이사, 롯데리아 이사 등을 지냈다.

신 총괄회장과의 인연은 1992년 그가 롯데그룹 기획조정실(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비서실장(상무)으로 발령이 나면서다. 이후 김 전무는 2003년 전무로 승진해 지금까지 일해왔다. 김 전무는 신 총괄회장이 가는 곳에는 어디든 따라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열사의 현안을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 총괄회장의 지시가 잘 이행됐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 전무는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신 총괄회장을 그림자처럼 모셔왔던 분”이라며 “롯데그룹에서 사심이 없이 일하는 대표적인 인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무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신경쇠약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차례 신 총괄회장에게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신 총괄회장의 만류로 사표가 반려됐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이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불면증과 신경쇠약이 심해져 결국 신 총괄회장도 김 전무의 사의를 수락했다.

김 전무의 후임으로는 롯데백화점 출신의 이일민(56) 전무가 선임됐다.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 출신인 이 전무는 젊은 시절 미국 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로 ‘해외통’으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롯데백화점의 중국 진출 등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2008년 초 롯데그룹 정책본부 신동빈 당시 부회장실 비서로 발탁됐으며, 올해 초 신 총괄회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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