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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존경하지만 가족과 경영은 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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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동주

신동빈(60) 롯데 회장은 11일 “아버님을 존경하지만 가족과 경영은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격호(94) 총괄회장으로부터의 ‘경영 독립’ 선언이다.

 ‘부자 간 대립’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신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과 질의응답에서 ‘아버님’이란 말을 여섯 번이나 했다. 공식석상에선 혈연관계보다는 직함을 사용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엔 예외였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아버님께서 조국에서 평생 쌓아오신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된 것에 대해 자식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아버지, 형과)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과 관련해선 선을 그었다. 후계자와 관련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신 회장은 “저는 아버님을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우리 그룹(한국롯데)에서 국내만 13만 명, 세계적으로 18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안정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재계 5위 규모로 커진 그룹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경영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신 총괄회장이 장남인 신동주(61) 전 부회장을 통해 ‘신동주 지지’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아버님의 뜻은 종업원·임직원의 지시를 받고 경영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번 사태 직후 한·일 롯데 경영진과 계열사 노동조합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만큼 자신에게 후계의 정당성이 있음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롯데 통합경영 의지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제과를 합치면 매출 규모가 5조원 정도로 제과업계에서 세계 7~8위 정도가 된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한·일 롯데를 분리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분리경영은) 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좋지 않고,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다음달 4일(잠정)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 신 회장의 증인 출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올해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로 재벌개혁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책을 내놓은 것도 (국감 에 대비해) 자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측면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후 10시 25분쯤 김포공항을 통해 급거 귀국했다. 신 전 부회장은 귀국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편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신동주·동빈 형제가 2010~2015년 코레일 민자역사(영등포 롯데역사)에서 732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 민자역사 지분은 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가 50.87%, 두 형제가 각각 8.7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1.67%는 코레일과 코레일 자회사 소유다. 김 의원은 “특정 개인에게 366억원씩의 현금 배당이 실시됐다는 점에서 민자역사의 사업자 선정과 운영 방식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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