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실핏줄처럼 섬세한 수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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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결승1국>
○·김지석 9단 ●·탕웨이싱 9단

제12보(139~154)=정상의 프로들이 보여주는 수읽기의 세계는 섬세하기가 어린 생명체의 실핏줄 같다. 시급한 곳, 크고 작은 곳을 정확하게 계산해 차례로 짚어간다.

 중앙 139부터 148까지, 도미노의 첫 번째 핀이 쓰러지면서 차례대로 눕는 리듬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 모두 그곳에 놓여야 하는 필연의 인과가 있다.

 수순 중 좌하귀 143은 실리로도 작지 않지만 흑 대마의 안전에도 영향을 끼치는 곳. 148의 곳처럼 눈에 띄는 큰 곳을 포기하고 143으로 밀어간 이유는 다음 ‘참고도’ 흑1을 선수해 백의 진영 한 축을 크게 허물면서 삶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백이 바로 막지 않으면 차후 흑a의 비마 끝내기까지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변 149부터 153까지 진행된 다음 A의 곳을 틀어막지 않고 얼핏,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좌하귀 구멍을 땜질(?)한 154도 그만큼 큰 곳이라는 얘기다.

 그나저나 좌상귀 쪽을 누가 먼저 두게 될까도 관심사다. 먼저 백B로 흑 2점을 잡으면 다음 백C까지 선수이므로 상당히 큰 곳인데 흑D로 먼저 지키면 백이 E의 곳을 끊는 수단이 없어지므로 흑의 입장에서도 놓치기 싫은 곳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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