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급 출산휴가가 무려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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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52주)간 월급 똑같이 받고 출산휴가 간다?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얘기다. 넷플릭스는 4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정책을 발표했다.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타우니 크랜즈 최고재능담당(Chief Talent Officer)은 블로그에 “넷플리스 직원들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원칙 아래 일해왔다”며 “새로운 정책을 통해 직원들이 출산(혹은 입양)에 따른 재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정책을 통해 회사는 인재를 뺏기지 않을 수 있고, 직원들은 복직했을 때 업무에 더 집중하고 헌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1993년 제정된 가족의료휴가법(FMLA)에서 12주 무급 출산휴가만을 인정하고 있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5월 18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급 출산휴가가 없는 나라는 미국과 파푸아뉴기니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출산휴가 3개월 중 2개월만 유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진보적인 출산 및 육아 정책을 도입했다.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기업 트위터는 20주의 유급 출산휴가와 10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부모 양쪽 모두에게 4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지급하고 아기 1명당 4000달러를 지원한다.

구글은 앞서 2007년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12주에서 18주로 늘렸다. 남성을 위한 출산휴가도 7주에서 12주로 확대했다.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의 수전 워치츠키 최고경영자(CEO)는 출산휴가를 유급으로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그는 지난해 말 다섯 번째 유급 출산휴가를 떠나기 직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2007년 구글이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늘린 이후 아기를 낳은 여성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인재들의 이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 수익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IT 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적인 휴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이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11년 캘리포니아주가 유급 병가제도를 도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1%가 이 제도 덕분에 회사 이익이 늘고 이직률도 낮아졌다고 답했다. 넷플릭스가 1년 유급 출산휴가 시행을 발표한 4일, 이 회사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122.79달러까지 치솟았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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