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수학] '아벨賞'은 노벨상에 버금가는 수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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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노벨상에는 수학상이 없다.

일설에 의하면 그 이유는 노벨이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마그누스 미탁레플러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학상을 두면 그에게 첫 수상자의 영예를 안겨 주어야 해서 의도적으로 수학상을 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노벨상 초기에 노벨을 애써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일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은 '필즈 메달'이라는 것이 수학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져 왔다. 캐다나 토론토 대학의 교수였던 존 찰스 필즈가 기금을 모아 만든 상으로 1936년부터 수여했다.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게 한 장본인이라는 수군거림을 받던 미탁레플러도 이때 기금을 모으는 데 크게 공헌했다.

필즈 메달은 월드컵처럼 4년에 한번만 주는 데다가 나이도 40세 미만으로 엄격히 제한해 어떤 면에서 노벨상보다 더 희소가치가 있다 하겠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앤드루 와일즈 교수가 연령 상한에 걸려 필즈 메달을 받지 못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3백50여년 동안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을 좌절케 했던 수학계 최고의 난제,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해 냈다. 당연히 필즈 메달감이었지만, 94년 와일즈가 페르마의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 그의 나이는 41세였다.

이토록 권위 있는 상이지만 상금에 있어서는 노벨상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최근 상금 규모에서도 노벨상에 견줄만한 수학 분야의 상이 새로 생겼다. 노르웨이가 만들어 지난 3일 오슬로에서 첫 시상식을 가진 '아벨상'이 그것이다. 27세로 요절한 노르웨이의 천재 수학자 아벨의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해 제정했다.

여러 수학자 중에 굳이 아벨을 택한 데에는 '노벨'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상금은 50만달러이며, 노벨상처럼 매년 시상한다.

올해 첫 수상자는 프랑스의 수학자 장 피에르 세레였다. 그는 수학의 여러 분야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26년 태어난 세레는 28세이던 1954년에 이미 필즈 메달을 받은 바 있다. 최연소 수상기록이다.

지금까지 아홉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필즈 메달도 두차례 거둬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벨상이나 필즈 메달 수상자가 하루 빨리 나오기를 기원해 본다.

박경미 교수 홍익대 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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