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여학생 성추행 교사 묵인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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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서울 G 공립고에서 학교 교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사들을 두둔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남녀 공학의 이 학교에선 최근까지 교장을 포함해 남성 교사 5명으로부터 여학생 10명, 여교사 8명이 성추행을 당해온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교육청은 31일 현재 이 학교 교장과 교사 3명을 성폭력 범죄 특별법 위반 또는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나머지 교사 1명은 피해 학생 부모의 고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장이 지난해 초 회식 장소에서 여교사들을 성추행 또는 성희롱했다는 진술이 나온 데다 다른 교사의 성추행 사건도 묵인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청 감사에서 피해를 진술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피해자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3학년 여학생은 “진학 선생님이 내게 자신의 무릎 위에 앉으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징계를 받지 않을 것 같아 최근 교육청 조사에서도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3학년 여학생은 “진학 선생님은 상담 시에 엉덩이를 토닥여 여학생들이 싫어했다. 하지만 이전 학교에서 대학 진학 실적이 뛰어나 교장이 아낀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48)는 “남녀 학생끼리 손만 잡아도 ‘풍기 문란’ 벌점을 줄 정도로 학교가 엄격한 규율을 요구해 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장은 자신의 의혹에 대해 “당연히 없는 일이다. 무슨 말인지 짚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의혹을 받는 교사들에 대해서도 “이전 학교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다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아이들 모아 지도하던 중에 일어난 일 아니겠느냐”고 감쌌다. 

 교육청에 따르면 교무부장이던 A교사는 지난해 2월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교장은 A교사를 지난 3월 다른 학교로 보내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진로부장 B교사는 지난해 여학생 6명을 성추행한 것으로 교내에 알려졌으나 지난 2월 학부모가 신고한 이후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미술 담당 C교사도 지난해 초부터 1년간 여학생 네 명을 미술실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진호·백민경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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