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예방 '요새 집' 짓기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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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해복구 공사가 한창인 경남 함양군 마천면 덕전리 내마마을.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마을에 이상한 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20여평 규모의 노규상(74)씨 집은 정면에만 출입문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 3개 면에는 창문이 없다.집 주변에 커다란 바위 4개까지 옮겨 놓았다.노씨는 이 바위들이 산사태로 산위에서 바위가 굴러 내려올 경우 충격을 크게 완화시켜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외벽도 일반 주택은 벽돌 한장 두께인 25㎝가 보통이지만 이 집은 벽돌을 두겹으로 쌓아 50㎝나 된다.

노씨가 이처럼 요새같은 집을 짓는 데는 사연이 있다.그는 지난해 8월 31일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면서 아들을 잃었다.안방까지 밀려든 토사에 깔려 “살라 달라”고 고함치던 아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했다.

노씨는 “또 다시 산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사태로 4명이 숨지고 9채의 집이 떠내려 간 이 마을에서는 이처럼 집을 튼튼하게 짓는 것이 유행이다.

노씨집 근처 김점순(50·여)씨 집도 창문을 적게하고 벽을 두텁게 했다.윤갑수(79)씨도 창문 없는 구조로 설계를 마쳐 놓은 상태다.

함양군 마천면내 28개 마을 가운데 지난해 수해로 무너지거나 파손된 집은 모두 58채.14채는 건물을 다시 지었고 나머지 주민들은 이주를 추진 중이다.

당흥·금계지구(6천평),내마·군자지구(2천평)등 이주단지로 정해진 두 곳에 들어설 주택들도 다른 어느 마을보다 안전을 고려해 시공 중이다.

시공업체인 성솔건설 김창현 소장(43)은 “균등하게 깬 돌과 흙을 번갈아 채워가며 땅 다지기를 해 큰 비에 토사유실이 적도록 대지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내마마을 강도근(39)이장은 “이사 가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다시 집을 짓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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