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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 차로 … 메이저 3연승 놓친 스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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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조던 스피스(왼쪽)가 21일 4라운드 15번 홀에서 칩샷을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메이저대회 3연승을 노렸던 스피스의 도전은 한 타 차로 실패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8년 만에 메이저 우승을 이룬 잭 존슨(오른쪽)이었다. [세인트앤드루스 AP=뉴시스]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조던 스피스(22·미국)는 18번 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공에서 핀까지 걸어서 거리를 재야 했다. 발로 잰 거리가 정확하지 않았는지 웨지의 마술사 스피스의 어프로치 샷이 약간 짧았다. 스핀도 너무 많았다.

공은 그린에 살짝 올라갔다가 굴러 내려왔다. 그린 앞, 과거 무덤이 있던 곳인 ‘죄악의 계곡’으로 흘러 내려갔다. 스피스는 “잘못된 웨지를 썼다”고 말했다.

 올 시즌 마스터스와 US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3연승에 도전했던 ‘골든 보이’ 스피스의 도전이 한 타 차로 실패했다. 스피스는 2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벌어진 디 오픈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최종 합계 14언더파를 쳤다. 한 타가 부족해 루이 우스트이젠(33·남아공), 마크 리슈먼(32·호주), 잭 존슨(39·미국)이 벌인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우승자는 존슨이었다.

 골프 성지 올드 코스는 스피스에게 디 오픈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주지 않았다. 올해 대회는 특별했다. 이곳에서 열린 2005년 대회 우승자 타이거 우즈는 14언더파, 2010년 우승자 우스트이젠의 성적은 16언더파였다. 두 선수 모두 독주했다. 두 대회 모두 2위는 9언더파였다. 스피스의 14언더파라면 올드 코스 우승 스코어로 충분해 보였지만 3명이 15언더파를 쳤다. 스피스는 “US오픈에서보다 훨씬 잘 쳤는데 우승하지 못했다. 15언더파를 친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존슨은 그중 가장 특별했다. 올드 코스는 전반이 쉽다. 연장에 간 선수 이외에도 애덤 스콧, 제이슨 데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이 전반 무더기로 스코어를 줄이며 치고 나왔다. 이날 경기 중 선두에 오른 선수만 8명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후반 지뢰밭을 통과하지 못했다. 존슨은 9언더파로 선두와 3타 차에서 시작했지만 전반 5타를 줄이고, 후반에도 오히려 한 타를 더 줄였다. 마지막 홀 10m 내리막 버디가 압권이었다.

 존슨은 올드 코스에서 우승한 선수 중 최종 라운드 성적이 66타로 가장 좋다.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세베 바에스트로스가 마지막 날 69타로 골프 성지에서 우승했다. 존슨은 2007년 마스터스 우승 후 8년 만에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골프의 가장 성스러운 두 곳 세인트앤드루스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우승한 6명 중 한 명이 됐다.

 마스터스 우승 시 그는 “나는 아이오와(시골)에서 온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서는 “나는 아이오와에서 온 그린 재킷이 있고, 남들은 없는 특별한 술잔(디 오픈 우승컵 클라레 저그)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존슨의 드라이브 샷 거리는 평균 280야드로 투어 164위다. 원래 짧았고 나이도 39세로 노장이다. 그의 멘털코치 모리스 피켄스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알고 냉정하게 경기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스피스는 “훌륭한 롤모델이 우승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스피스가 전·후반 가장 어려운 8번, 17번 홀에 있을 때 올드 코스는 가장 강한 비바람을 보내 테스트했다. 8번 홀에서 스피스는 티샷이 밀려 40야드 퍼트를 해야 했다. 첫 퍼트가 너무 강해 그린 바깥으로 나가 버렸고 결국 4퍼트를 했다. 스피스는 이 더블보기에도 불구하고 다음 두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를 한 타 차로 따라갔다. 어려운 16번 홀에서는 15m 정도의 내리막 퍼트를 넣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17번 홀에서 1.5m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18번 홀 버디면 연장에 갈 수 있었다. 두 번째 샷 지점은 드롭 지역 바로 옆이었다. 드롭 위치에서의 거리는 체크해 놨어야 했다.

 스피스는 “올드 코스에서 열리는 디 오픈 같은 대회는 없다. 열심히 싸웠다. 8월 열리는 PGA 챔피언십에서 시즌 메이저 3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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