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서정호 사장 "2년뒤엔 화의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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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천3백억원 가량 되는 부채를 부동산 매각 등 각종 구조조정으로 내년 말에는 1천2백억원 수준으로 줄이겠습니다."

화의기업인 삼양식품의 서정호 (徐正昊.60)사장이 취임 한달여 만에 말문을 열었다.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全仲潤.84)회장의 맏사위인 徐사장은 지난 5월 29일 全회장의 장남인 전인장(全寅壯.40)사장의 후임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삼양식품의 사장이 장남에서 맏사위로 바뀐 이유는 회사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국내 자본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全회장과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장남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徐사장은 이날 채권단과 채무 이자율 인하, 채무액 출자전환 등을 골자로 채권단과 채무재조정 협약을 했다고 밝혔다. 채무액 가운데 보증채무 4백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담보채무는 10%에서 7%로, 무담보 채무는 7%에서 4%로 각각 이자율을 낮추기로 했다.

徐사장은 또 채권단이 기존 주주의 주식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대주주에게 출자전환 주식 지분의 35%를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 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매년 들어가는 이자가 1백80억원에서 1백억원으로 줄어듭니다. 지금까지 화의조건에 따른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파산이나 법정관리 또는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을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채권단은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해 주면서 부채 이자율을 낮추고 출자전환을 해줬지요."

徐사장은 "이런 경우는 화의기업 가운데 처음"이라고 했다.

채권단이 이렇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 이유는 이 회사가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1998년 화의에 들어갈 때 3천6백억원에 달하던 채무를 현재 2천3백억원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徐사장은 "앞으로는 기능성 라면과 생라면 분야에 진출해 옛 삼양라면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며 "2005년께 되면 법원에 화의 종료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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