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주류, 신당案 기습 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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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분당의 고비에 섰다. 9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신주류의 '신당추진위 구성안'과 구주류의 '전당대회 소집 요구안'이 동시에 의안으로 상정됐기 때문이다.

신주류는 정대철(鄭大哲) 대표를 앞세워 신당추진위 안을 대표 직권으로 기습 상정했다. 이에 구주류는 신당 추진을 무력화하기 위해 임시 전당대회 소집을 추진키로 했다.

鄭대표는 당무회의에서 신.구주류의 두 안건을 전격 상정했다. 구주류 의원들이 "원천무효"라고 반발하자 鄭대표는 "상정은 대표 직권"이라고 반박했다. 신당추진 안이 당무회의에 상정되자 신주류 의원들은 "신당 추진의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반겼다.

신당추진 안 상정에 성공한 신주류는 앞으로 열릴 당무회의에서 최대한 빨리 표결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신주류 측은 83명의 당무위원 중 절반 이상을 신당 찬성파로 보고 있어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신주류인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프로에서 "신당이 제1의 목표고 분당을 막는 것은 제2의 목표"라며 "경우에 따라 불행한 사태(분당)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구주류는 신주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했다.

당무회의에서 이윤수(李允洙).유용태(劉容泰)의원은 "대표가 제안 설명도 없이 의안을 기습 상정한 것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박상천(朴相千).정균환(鄭均桓)의원 등 구주류 의원 18명은 이날 저녁 모임을 열고 임시 전대 소집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즉각 구성했다.

위원장은 朴.鄭의원이 함께 맡기로 했다. 전대가 소집되면 모든 일이 구주류 뜻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대의원의 대다수가 구주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무회의 표대결'과 '전당대회 소집'이 한꺼번에 이뤄질 경우 신.구주류는 극한대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당은 깨질 가능성이 크다. 당에서 "이제 극적인 타협이 없는 한 남은 것은 분당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날은 당무회의 전부터 신.구주류 사이에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김원기(金元基)신당추진모임 의장 등 신주류 신당파 31명은 당무회의 전 조찬 모임을 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신당추진위 안을 상정하자"고 결의했다.

金의장은 "동지들과 싸우는 것이 너무 안타깝지만 내게 돌아온 술잔을 피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신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간 박상천 최고위원 등 구주류 구당파 14명도 조찬모임을 열고 신당추진위 안 상정 저지를 결의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구주류는 의사진행 발언으로 鄭대표의 안건 상정을 막으려 했다. 김성순(金聖順).김충조(金忠兆)의원은 "당무회의인데 왜 국회에서 하나"며 "날치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신주류 김희선(金希宣)의원은 "회의장소와 앉는 자리를 갖고 문제를 삼는 것은 조선시대 왕의 장례식 기간을 놓고 싸움질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그래도 구주류가 계속 시비를 걸자 鄭대표는 회의 시작 후 35분이 지날 무렵 구두(口頭)로 순식간에 신당추진위 안 상정을 선언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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