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프로] "경제 어려우니 온정도 식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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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랑의 리퀘스트'(KBS1 토 오후 7시10분.사진)가 예전같지 않다.

'사랑의…'는 소년소녀가장.혼자 사는 노인 등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소개하고 ARS 전화(060-700-0600) 한 통당 1천원씩 성금을 모아 후원사업을 벌이는 프로그램. 그런데 시청자들 호응이 예전같지 않아 고민이다.

지난 7일의 경우 모금액은 방송이 끝난 뒤 온 전화를 합쳐 7천2백만원. 작년까지 매회 1억원이상이 모였던 데 비하면 30%쯤 줄었다. 연출자 안인기PD는 "무엇보다도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시청자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그램이 첫 전파를 탄 1997년 10월도 직후에 IMF 외환위기가 터져 경제가 한창 어려울 때였다. 연말까지 두 달 동안 1억원가량이던 모금액은 점점 늘어나 98년 한 해 동안 모두 71억9천여만원이나 됐다.

99년 들어 58억4천여만원으로 줄었지만 2000년 54억8천여만원, 2001년 54억6천여만원으로 꾸준히 모금이 이뤄졌다. 지난해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으로 한 달 넘게 방송이 나가지 않았는데도 매주 모금액은 예년수준을 유지했다.

모금액이 줄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부터. 제작진은 지난 2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로 다른 방송들도 한동안 ARS전화모금을 실시해 후원금이 분산된 것도 한 원인으로 추측한다. 또 토요휴무가 늘어나 방송시간에 TV대신 가족나들이를 즐기는 경우도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준PD는 "여름 휴가철이 닥치면 모금액이 더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불우 이웃을 돕는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 5년간 이 프로그램이 도움을 준 이웃은 매년 5백명 안팎. 방송으로는 매회 3명의 사연을 소개하지만 한국복지재단의 추천을 받아 방송되지 않은 6,7명씩도 도움을 줬다. 그러나 모금액이 줄어 요즘은 방송분 이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도 매주 2,3명뿐이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속칭 '독한 아이템', 즉 한층 구구절절한 사연을 찾아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결국은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제작진은 "본격적인 사연이 소개되기도 전에 매주 전화를 걸어오는 시청자들에 우리들도 놀란다"면서 가장 많이 전화를 한 시청자에게 특집방송을 위해 출연해달라고 했다가 되려 야단만 맞았던 일화를 전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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