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 FM '두시의 데이트' DJ 윤종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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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안 한 맨 얼굴에 반바지 차림으로 만나서 두세 시간씩 수다를 떨어도 맘이 편할 것 같은 남자. MBC FM '두시의 데이트(이후 두데)'진행자인 가수 윤종신(34)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지난 4월 14일 가수 윤도현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후 그는 매일 오후 두시부터 네시까지 꾸밈없고 편안한 진행으로 청취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프로그램의 여는 말 외에는 작가가 써준 대본 없이 두 시간 동안 그저 생각나는 대로 술술 얘기를 풀어간다.

"그냥 제 또래 남자들이 뭘 궁금해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거죠. 남자들은 '어, 나도 저런 적 있었는데…'라며 공감하고 여자의 경우엔 '남자들 생각은 좀 다르구나'라며 호기심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가 아직 미혼인 때문에 수다는 종종 결혼 이야기로 빠지곤 한다. "하얀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질 때 아내가 봄나물 넣은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놓고 '여보 아침 드세요'라며 깨워줬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은 돌림자가 '익'인데 누가 마땅한 이름 좀 지어달라"는 식으로 말을 건넨다.

윤종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데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엔 청취자들의 대답이 우르르 뜨곤 한다.

"아들 이름은 '윤익점'이 좋겠다""내가 익점이 엄마가 돼 주겠다" 등등.

이렇게 청취자와 진행자가 수다를 떠는 통로가 되다 보니 두데의 게시판은 신청곡과 사연을 띄우는데 그치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의 게시판보다 훨씬 붐빈다.

윤종신이 진행을 맡은 지 한달여 만인 지난달 22일에 1만번째 사연이 게시판에 올라 방송가에 작은 화제가 됐다. 그 기세를 이어 5일엔 1만5천번째를 넘어섰다. 줄잡아 하루에 2백80여건꼴이다.

"고맙죠, 뭐. 제가 1990년대 중반에 라디오 심야프로 DJ를 할 때 즐겨 듣던 10대, 20대 청취자들이 이제 20대, 30대 사회인으로 성장해 성원을 보내주니까요. "

이런 열혈 팬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MBC 라디오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번씩 스튜디오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생방송 장면을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띄우는 것이다.

청취자들은 노래가 나가는 동안 윤종신이 머리를 긁적이고, 김밥을 먹고, 스태프나 초대손님과 유쾌하게 잡담을 나누는 평소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노래는 슬픈 발라드를 많이 부르면서 라디오를 진행할 땐 왜 그리 웃기느냐는 질문도 꽤 받아요. 하지만 사람한테는 누구나 양면성이 있잖아요. 진행자로선 밝고 낙천적인 생활인으로서의 제 성격을, 가수로선 섬세하고 우울한 저만의 감수성을 드러내 보이는 겁니다."

윤종신은 진행자뿐 아니라 가수로서 팬들과 대화를 나눌 준비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오는 9~10월께 열번째 앨범을 발표하기 위해 방송을 끝낸 이후의 저녁시간은 가사 쓰고 곡 만드는 데 쏟아붓는다고 한다.

"지난 2년간은 좀 튀는 노래도 했죠. 하지만 10집 앨범은 가장 윤종신다운 발라드로 회귀하려고 합니다."

진행자로, 가수로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윤종신과의 새로운 만남이 기다려진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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