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인선 주도는 한인사회 무시하는 처사"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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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LA지역협의회 34년 단체 역사상 처음으로 전현직 회장들이 14일 한자리에 모였다. 역대 회장 13명중 7명이 참석해 옛친구를 만나듯 손을 맞잡고 반가워했다. 왼쪽부터 기수 순서로 이청광(6ㆍ7기), 이영송(8기), 김광남(11기), 차종환(13기), 이서희(14기), 최재현(15ㆍ16기), 임태랑(17기) 회장. 신현식 기자

"오래간만이네~" "이게 얼마만이야~" "아직 살아있었어?"

연말도 아닌데 마치 동문회 같았다. 14일 정오 LA한인타운 JJ그랜드호텔 코스모스룸. LA한인사회 낯익은 인사들이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LA평통 전·현직 회장들이다.

LA평통 34년 역사에서 전·현직 회장들이 따로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역대 회장은 사망한 2명을 제외하면 모두 11명이다. 이중 7명이 참석했다.

임태랑(74) 17기 신임회장이 '선배'들을 초청한 자리다. "전 회장들을 모시고 고견부터 듣고 공식활동을 시작하겠다"던 약속본지 6월 24일자 A-21면>을 지킨 셈이다.

임 회장은 막내 회장답게 먼저 와서 기다렸다. 나이로 막내인 이서희(65·14기), 김광남(75·11기), 최고참 이청광(73세 6·7기) 회장이 들어섰다. 최고령 차종환(80·13기) 회장이 들어서며 "임 회장, 마침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밥 사줘서 고마워"라고 농을 건넨다.

이영송(71·8기) 회장은 "여기서 옛날 친구들 다 만나네"라며 화색이다.

7명이 모였지만 식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모두 한 사람을 기다렸다. "아직 살아계셔?"라고 다들 근황을 궁금해 했던 문창배 초대회장이다. 온다고 했지만 갑작스런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충심으로 듣겠다. 고견 한 말씀해달라." 임 회장이 입을 열었다. 순식간에 토론장이 됐다. 다들 '뼈있는' 한두 마디를 품고 왔나 보다.

평통 인선부터 총영사관과의 관계, 역대회장 모임의 정기화, 탈북자 지원문제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서희 회장은 평통 인선 문제를 꼬집었다. "총영사가 평통 인선을 잘 해주셔야 불평불만이 없어진다. 일 하려는 사람은 내보내고 일 안하는 사람을 뽑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평통 사업의 지속성도 지적했다. "회장이 바뀌면 하던 일이 중단되는데, 좋은 사업은 계승되어야 한다."

인선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이영송 회장이 말을 받았다. "평통이 총영사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2~3년 근무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 평통위원 뽑는 건 장님이 길을 인도하는 격이다." 그러면서 "역대 회장 중에 현재 평통위원에 포함되지 못한 분들이 있다는 건 매우 서운한 일이다.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남 회장도 거들었다. "인선을 영사관이 주도하는 것은 LA평통을 무시하는 처사다. 평통이 독자적으로 사람 뽑고, 독자적으로 사업해야 옳다."

차종환 회장은 탈북자 문제를 꺼냈다. "탈북자를 돕는 건 좋지만 자칫 북한을 자극해 대화가 단절될 수 있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최재현(69세, 15·16기) 회장은 '역대회장단 모임을 정기화하자고 했다. "오는 길에 이름까지 생각했다. 평사회(평통을 사랑하는 모임) 어떠냐"고 즉석에서 단체명까지 제안했다.

임태랑 신임회장은 "의견들을 받아들이겠다. 두 가지를 약속하겠다. 통일 하겠다는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일 안 하는 위원은 반드시 중간평가로 걸러내겠다."

식사가 끝나 임 신임회장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늘 점심 맛있으셨습니까?"

참석한 회장 중 한 명이 기자에게 관정평을 물었다. "오간 말들이 더 맛있었습니다."

정구현 기자

정치 성향 물어봤더니…

이날 참석한 역대 평통 회장들에게 본인의 정치성향을 물었다. 한자리에 모인 기회가 흔치 않아서다. 보수, 중도, 진보 셋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막무가내식 질문이었지만, 베테랑 단체장들답게 노련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청광="당연히 보수"

▶이영송="누가 뭐라고 해도 보수"

▶김광남="철저한 보수"

▶차종환="중도 우파"(뜻밖이라 재차 물었다.)

▶이서희="중도 보수"

▶최재현="쭉~ 보수"

▶임태랑="알면서 왜 물어"(그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인 한미HR포럼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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