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입 수능 파행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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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랑스의 대입 수능시험인 바칼로레아가 올해 실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연금제와 교육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심한 갈등을 빚어온 프랑스 교사들이 바칼로레아를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대 교원노조인 중등교사노조연합(SNES)은 철학 필기시험이 실시되는 바칼로레아 첫날인 12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교육노조연합(UNSEN-CGT) 등 소규모 노조들도 잇따라 동참을 선언했다.

뤽 페리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워진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지만 프랑스 교사들의 반발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시위 규모가 크게 줄어든 일반 공공노조와 달리 프랑스 교사 시위는 갈수록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낭트의 한 중학교에서는 50여명의 교사들이 여당 국회의원 2명을 2시간여 동안 감금하는 사태가 빚어졌으며 니스와 르망에서는 지역 장학관 사무실이 교사들에 의해 점거되기도 했다. 고속도로나 기차역을 봉쇄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이러한 과격 행동은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교원노조 지도부조차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드니 파제 SNES 사무총장은 "30만명의 프랑스 중.고교 교사 중 시험 감독에 필요한 인원은 1만여명뿐"이라며 12일 파업이 바칼로레아를 보이콧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총파업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수험장을 봉쇄하거나 채점 거부, 모든 수험생에게 동일한 점수 주기 등의 행동까지 계획되고 있다.

프랑스 교원노조와 프랑스 정부는 바칼로레아가 파행을 겪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10일 마지막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연금제 개혁에서는 양보하지 않는 대신 교육 개혁과 관련, 교직원의 처우 개선을 약속하는 등 타협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노정간의 이견이 너무 크다. 교사들과 정부는 마치 한 철로에서 마주 달리는 두 열차와 비슷하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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