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으로 좀 보여주세요" 직원 따돌린 뒤 명품 슬쩍한 절도범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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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좀 어두운데. 밝은 색은 없나요? 신상으로 보여주세요.”

지난달 12일 오후 4시쯤 서울 반포동의 한 백화점 명품관을 찾은 이모(33)씨는 진열장에 없는 다른 물건을 보여달라고 매장 직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직원이 물건을 가지러 간 사이, 이씨는 진열장에 있던 70만원짜리 남성용 지갑을 훔쳐 유유히 백화점을 떠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국 백화점 명품매장을 돌며 물건을 구입할 것처럼 속이고 진열장에 없는 제품을 요구한 뒤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물건을 훔쳐 달아난 이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의 물건을 사들인 장물업자 8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같은 수법으로 2014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ㆍ경기ㆍ부산ㆍ대구ㆍ울산 등 전국의 백화점을 돌며 총 30여회에 걸쳐 32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 이씨는 주로 매장 입구에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남성용 지갑을 노렸다. 직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범행 전 미리 명품 브랜드 제품 출시내역을 검색한 뒤 매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훔친 물건들은 인터넷 중고명품 거래사이트를 통해 헐값에 팔아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절도죄로 징역형을 살다 지난해 5월 출소한 뒤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하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또 다시 범행을 결심했다”며 “행동이 능청스럽고 재빨라 직원들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영상=서울 서초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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