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준혁 돌풍, 이제부터 시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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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왼손 투수 허준혁(25)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허준혁은 5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넥센과의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101개를 던져 5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4개를 잡고 2실점으로 호투했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온 허준혁은 퀄리티 스타트(6이닝3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춰 시즌 3승째를 기대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오현택이 7회에 2점을 내주면서 4-4 동점을 허용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두산은 넥센에 5-6으로 졌다.

비록 승리는 날렸지만 허준혁의 노련한 마운드 운영이 돋보였다. 3회 2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 큰 위기없이 6이닝을 버텼다. 3회에 이어 4회에도 무사에서 핵심 타순인 5번 유한준과 6번 김민성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조기강판 가능성이 보였다. 하지만 박헌도를 뜬공, 김하성을 삼진, 박동원을 땅볼로 잡아 이닝을 마무리했다.

허준혁은 2010년 롯데에 입단했을 때 좌완 기대주였다. 그 해 57경기에 나와 1승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28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부진했다.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이승호의 보상 선수로 SK로 이적했지만 15경기 평균자책점 3.86의 기록만 남겼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3년 이적한 두산에서 허준혁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전념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면서 공도 묵직해졌다.

그래도 2군에 머무는 날이 많아 허준혁이 1군 마운드에서 우뚝 서게 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에이스 니퍼트의 부상으로 지난달 1군에 올라온 허준혁은 4경기 연속 호투했다. 6월 13일 NC전에서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둔데 이어 6월 19일 롯데전은 5와 3분의1이닝동안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라고 놀랄 정도의 호투였다.

그저 우연이 겹친 '깜짝 신데렐라'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허준혁의 호투는 실력이었다. 6월 26일 KIA전에서는 7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6일 넥센전에서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5일 현재 평균자책점은 1.08이다. 에이스 니퍼트가 그립지 않을 정도의 활약이다. 김 감독은 "2군에서 허준혁을 추천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니퍼트, 마야가 나가면서 생긴 기회를 허준혁이 잘 잡은 것"이라며 "변화구 제구력이 좋은 게 인상적이다. 마운드 운영 능력도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생명투'를 던지고 있다"는 허준혁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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