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분기 매출 부진 … 작년보다 4.7%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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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업 매출이 1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원자재 값 하락과 이에 따른 수출 감소가 큰 영향을 준 탓으로 분석된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업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7% 감소했다. 자산이 120억원이 넘어 회계감사를 받는 3065개 기업의 실적을 한은이 표본 조사한 결과다. 이는 카드사태가 한창이던 2003년 3분기(-6.3%) 이후 11년 6개월 만에 가장 나쁜 수치다. 지난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은 1.6%였다.

 한국 경제의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대기업의 실적이 특히 부진했다. 기업 크기별로 통계를 분류했을 때 대기업 매출액은 올 1분기 5.5%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매출은 0.6% 줄었다.

 1분기 매출이 크게 감소한 건 석유 같은 원자재 값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원료 가격 하락→완성제품 값 하락→매출 감소’ 수순을 밟았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20.7%), 금속제품(-7.1%)처럼 원자재 비중이 높은 업종의 매출 감소폭이 컸다. 물론 원자재 값 탓만 할 수 없다. 윤재훈 한은 경제통계국 차장은 “업종별로 차이가 있다. 전자·기계업종은 수출과 내수 모두 미진하면서 매출도 줄고 수익성도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불황은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을 가리지 않았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서비스업 등) 모두 타격을 입었다.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0.6%에서 올 1분기 -5.7%로 추락했다. 비제조업 매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3.3%에서 -3.2%로 하락 반전했다.

 내실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1%로 지난해 같은 기간(4.7%)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1000원어치 상품을 팔아 남기는 돈이 50원대로 회복했다는 의미다. 자기자본과 비교해 얼마만큼의 빚을 기업이 지고 있는지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105.6%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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