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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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논란이 끊이지 않던 행복주택이 처음으로 나온다. 정부는 행복주택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행복주택 공급에 들어갔다.

정부는 오는 8일과 9일 청약접수를 받아 9월 17일 입주자를 발표한다. 올해 입주가 예정된 행복주택은 송파삼전(40가구), 서초내곡(87가구), 구로천왕(374가구), 강동강일(346가구) 등 서울시내 4곳 847가구다.

삼전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나머지는 SH공사가 분양을 맡았다.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대학생·신혼부부 등 청년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박근혜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사업이다.

그런데 정작 청년층 상당수가 입주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행복주택 입주 대상 중 청년층은 대학생이거나 취업 5년 미만인 청년만 가능하다. 입주기준을 보면 해당 자치구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해당 자치구 회사에 입사한 지 5년 이내 회사원, 해당 자치구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만 해당된다.

취업준비생·대학원생은 청약 자격 없어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을 준비 중인 ‘취준생’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청년(20~29세)은 631만명으로 이 중 취직자와 재학생이 아니면서 구직을 하지 못한 청년은 6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학원생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대학원생의 경우 자발적으로 학업을 연장한 것이기 때문에 제외했고, 취업준비생은 직주근접이라는 행복주택의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에 입주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학 졸업생 취직률은 55%에 그쳤고, 청년층의 고용률은 40.7% 수준에 머물렀다. 10명 중 6명은 취업준비생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대학생·신혼부부를 제외한다고 해도 청년층의 절반 가량은 행복주택 입주 자격이 없는 셈이다.

임대료 높다는 지적도

특히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원생은 대표적인 주거 취약계층인데 행복주택 입주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취업준비생 등에게도 신청 자격을 주되, 입주 심사를 통해 걸려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대료도 논란이다. 이번에 나오는 행복주택의 임대료는 SH공사나 서울시의 청년협동조합형 임대주택에 비해 30%가량 비싸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행복주택 표준임대료(대학생 기준)는 강동강일 지구(전용 29㎡)가 보증금 4250만원, 월세 21만7000원이다.

하지만 서울시 SH공사의 대학생 희망하우징은 강동천호 지구(전용 12.6㎡)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2000원이다. 이를 단위면적(1㎡)으로 환산하면 행복주택은 1㎡당 1만2400원, 희망하우징은 1㎡당 8400원 선이다.

청년층이 지불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론 공급 물량을 한정돼 있는 모든 청년들에게 무조건 싼 주택을 마냥 공급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청년층의 절반 정도가 입주 대상에서 제외되고, 청년층이 지불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임대료라고 과연 행복주택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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