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꽃핀 첨단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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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연간 우리산업은 양·질량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지만 앞으로 20년은 그보다 더할 것이다.
수요측면에서 욕구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시장 개척의 템포가 빨라질 것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새기술 도입과 혁신으로 새로운 산업들이 일어나 산업구조가 고도화될 것이다.


더구나 세계경제와 무역환경의 변화에 따른 충격도 대단할 것이다.
기술혁신 한가지만 따져보자. 김정흠 고려대교수의 예시를 들어보자. 지난 60년에 최초로 개발된 IC(집적회로)의 집적도는 76년까지 16년 동안 한해의 예외도 없이 매년 2배씩 늘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이 16년 동안에 전자제품의 성능은 2의16제곱, 즉 6만5천5백36배로 늘어난 셈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런 템포로 IC 집적도가 늘어나면 산업의 경박단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될 것이다.
지난 60년 1차산업(농림·어업)의 총량은 GDP(국내 총생산)의 37%였다. 2차산업(광공업) 은 20%, 3차산업(사회 간접자본및 서비스)은 43%였다.
70년대 중반부터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나타났다. 76년에 1차산업 23.5%, 2차산업 28.4%, 3차산업이 48.1%로서 공업부문이 농업부문을 누르게 됐다. 83년현재는 1차산업이 13.7%로축소되고 2차산업과 3차산업이 각각 28.9%와 57.4%로서 선진국형에 접근하는 양상을 띠고있다.
특히 농수산부문의 비중이 크게 줄고 광공업부문이 급격히 증가했다. 제조업은 단순노동집약중심에서 중화학분야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옮겨졌다.
앞으로 20년 후는 기술집약적·두뇌집약적산업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미국·일본등 선진국들은 지식집약화·문화산업화·시스팀화·서비스화 등으로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선진국수준은 아니더라도 소프트화 쪽으로 산업구조가 옮겨가는 과정을 겪을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정보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통신등 관련 서비스부문의 비중이 증대될 것이다.
한승호서울대학교 사회대교수가최근 한세미나에서 2000년대초를 전망했다. 그때쯤이면 대략1차산업이 4∼5%, 2차산업이 43∼45%, 3차산업이 50∼53%가량 되지 않을까 하고 내다봤다.
특히 정보산업의 발전속도, 88년 올림픽, 각종 국제회의개최 등에 따르는 서비스부문의 상대적 확대가능성은 3차 산업의 비중을 의외로 크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을 토대로 한다면 현재 섬유·유화·철강·가전·조선을 거쳐 자동차에까지 와 있는 우리나라 산업은 다음단계의 공업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중전기·산업용전자·정밀기계·정밀소재공업·정밀화학공업 등을 지나 이미 개발·생산단계에 들어선 반도체·컴퓨터등 첨단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개괄적인 장기전망아래정부는 각부문별로 2000년대초를 전망, 개발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분야에도 그때 쯤이면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섬유산업 내리막길>
예를 들어 최근 사양산업이네, 아니네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섬유의 경우 지난 81년 생산액을 기준으로 할때 전체 제조업의 12.8%를 차지하던 것이 2000년대초에는 9.0%이하로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내리막길을 걷게될 업종으로는 소비재공업분야에서는 음료품 (2.8%에서 1.4%로) , 의복 (4.6% → 3.4%)이 있고 소재공업으로는 섬유를 비롯해 공업용화학제품 (7.7% → 5.1%) , 석유정제업 (9.4% → 4.9%) , 제1차철강(10.7% → 7.5%), 제1차 비철 (1.7% → 1.5%) 등이다.
반면 2000년대 초에 비중이 늘어날 업종으로는 ▲소비재공업에서 식료품(9.5% → 10.0%) ▲소재공업에서 제재·나무제품(1.7% → 1.8%) , 가구 및 건구(0.4% → 0.9%) , 인쇄 및 출판(1.2% → 1.7%) ▲조립가공업분야 중에는 금속제품(2.4% → 5.3%) , 기계(3.0% → 6.7%), 전기기기 (8.5% → 12.4%) , 수송기기 (4.3% → 8.6%) 등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속적인 공업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1차산업 특히 농업분야의 상대적인 낙후는 상당한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허신행연구위원은 2000년의 한국농촌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즉 지난 81년 9백99만명으로 집계됐던 농촌인구는 2000년을 넘으면서 4백50만명을 반감될 뿐 아니라 노령화·부녀화의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보고 있다.

<채소·과일 소비 늘어>
68년 2백31만9천ha로 가장 많았던 농지는 83년 2백16만7천ha로 줄어들었다. 2000년대까지 더 축소되지 않더라도 인구증가로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은 현재 5.7ha에서 40.∼4.5ha로 줄고, 농가호당 경지면적은 농가감소로 83년 1.09ha에서 2000년엔 1.7ha로 증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단위 면적당 토지생산성을 늘리기 위해 농업기술이 발달, 현재10a(3백평)당 5백70kg으로 설정돼 있는 벼품종개량 목표는 그때가면 8백50kg으로, 18개월짜리 한우몸무게 목표는 현재 4백89kg에서 6백50kg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식품의 소비패턴이 곡물중심에서 채소·과일·육류·우유등 고급농산물 쪽으로 바뀜에 따라 1인당 연간 곡물소비가 81년 1백24kg에서 2000년에는 2백kg이상으로 증가될 것으로 모았다.
지금까지의 전망들은 물론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나 남북한의 통일 또는 단일경제권형성등 격변의 변수들은 고려치 않은 것들이다.<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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