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 미국인 저널리스트, 가토 기사에 청와대가 과민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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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널리스트 도널드 커크씨가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의혹을 담은 가토 다쓰야(49)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기사에 대해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글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이동근) 심리로 29일 열린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커크씨는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를 영어 번역문으로 읽었으며, 당시 박 대통령을 둘러싼 소문에 대한 가십성 기사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청와대가 이 기사에 대해 불필요하게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청와대가 형사고소 등을 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을 기사가 사건화됐다”고 했다. 커크씨는 검찰의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기소를 두고도 “과도한 행위”라고 말했다.

커크씨는 1972년부터 미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USA투데이·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의 한국 특파원으로 30여년 간 근무했다. 한반도 전문 서방 언론인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2002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의혹을 보도했던 사례를 들며 “당시 청와대가 거세게 항의하고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했다”면서도 “회사에 해명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낸 것 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가토 전 지국장의 기사에 나오는 정윤회씨 등 인물과 박 대통령의 관계를 아는지를 커크씨에게 캐물었다. 그가 “잘 알지 못한다”고 하자 검찰은 “기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사를 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8월 중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앞으로 일본 특파원과 타지마 야스히코 상지대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을 각각 진행한 뒤 8월 중 재판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가토 전 지국장이 기사 작성에 참고했다고 한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라는 칼럼을 쓴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이 부장판사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에 따라 취재원과 취재경위를 밝힐 수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반복적으로 제출하고 있다”며 “증인신문 필요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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