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취중토크①] “예능하는 천한 것…백상 대상 받다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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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이제 그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다. '스타 PD'라는 수식어에 그를 담기엔 이젠 그 그릇이 부족하다.

예능 PD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현역 PD로 있는 동안 대표작이 하나만 있어도 다행이다. 두 작품이 잘 되면 대박이고, 세 작품 이상 히트작을 내면 하늘이 도운 것이다."

'천운'이 함께하는 듯한 나영석 PD의 성공 스토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첫 대표작은 KBS 2TV '1박2일'. 강호동이 최고 전성기를 누릴 때 그가 함께 했다. 이어 KBS 2TV '인간의 조건'을 파일럿 예능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뒤 화려하게 CJ E&M으로 소속을 옮겼다. 이후 내놓은 tvN '꽃보다' 시리즈와 tvN '삼시세끼'로 초대박을 쳤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꽃보다 청춘'이 줄줄이 성공했고, '삼시세끼-어촌 편'으로는 역대 tvN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에 나온 장소나 의상, 먹을거리 등은 '히트 상품'이 됐다. 시청률과 화제성만 대단한 건 아니다. 자극적인 예능이 넘쳐나는 가운데 그가 선보인 '무공해 힐링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의미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결과 지난달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PD로서는 최초로 TV부문 대상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흘이 지난 뒤 취중토크 자리에 앉은 나영석 PD는 "앞으로 살면서 백상 보다 더 큰 상은 못 받을 것 같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가 앞으로 그려낼 그림이 더 클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왔다. 나 PD는 "내 나이가 딱 마흔 살이다. 보통, 예능쪽은 마흔을 넘기면 데스크에 앉게 된다. 하지만 난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싶다. 어떤 프로그램을 했던 과거형 PD가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PD가 되고 싶다"며 맥주를 시원하게 비워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받은 여파는 얼마나 갔나요.

"며칠 가던데요? (웃음) 2~3일은 갔어요. 그때까지 계속 축하 문자와 전화가 왔거든요."

-시상식 후 가장 먼저 연락한 곳은 어디었나요.

"와이프요. 수상자로 호명된 뒤 너무 얼떨떨해서 수상소감을 말할 때 가족 얘기를 빼먹었더라고요. 시상식 끝나자마자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가족 얘기를 안 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딸이 있는데, 시상식 시간이 늦어서 딸은 그때 잠들었대요. 그 날 딸과는 통화는 못 했어요."

-수상 소감을 다시 한다면요.

"가족 얘기를 꼭 할 것 같아요. 사실 KBS에 있을 때 시상식 연출을 해봤거든요. 그 때 연출자들이 나와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이름을 나열하며 수상소감을 길게 하면 '왜 이렇게 길게 해. 짧게 좀 하지'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거든요. 스태프들이 받는 상은 시청자분들이 얼굴을 모르니 관심있게 보지 않을 게 뻔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작년에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작품상을 받을 땐 일부러 가족 얘기를 안 했어요. 근데 이번엔 상의 크기가 다르잖아요. 이번엔 대상이니깐 가족 얘기를 했어야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못 했네요."

-수상을 한 뒤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삼시세끼'가 예능작품상 후보에 올라서 참석한 것이었는데 '비정상회담'이 받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앉아있었어요. 빨리 끝나고 편집해야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대상으로 제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이렇게 큰 상을 왜 날 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능 PD가 받아도 되는 상일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대상은 엄청난 스타나 작품이 받을 것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예능 PD가 받을 수 있는 상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어서 너무 놀랐고, 당황했죠."

-시상식 당일날, '삼시세끼-어촌 편'을 함께한 유해진 씨가 있었죠.

"해진이 형을 시상식 밖에서 만났는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축하도 해주셨고요. 그리고 보니 가장 먼저 축하해준 사람이 해진이 형이네요.(웃음)"

-'삼시세끼'가 후보에 올랐던 예능작품상은 JTBC '비정상회담'이 받았죠.

"'비정상회담'은 인정해요. PD가 봤을 때 굉장히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에요. 개인적으로 작년 예능 중 최고는 '비정상회담'이라고 생각해요."

-대상을 받은 이유가 뭔지 곱씹어 봤을 것 같은데요.

"'삼시세끼'가 잘 된 덕분이겠죠. 또 요즘 방송가 분위기 덕분에 운 좋게 받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특출나게 잘 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 자체를 시청자분들이 예전보다 더 좋아해주시고, 또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정말 그런 게 다 합쳐져서 덕분에 받은 것 같아요."

-'tvN 공무원' 이서진 씨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시상식 당일 날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내일은 회식이다'라고. 형은 항상 한 줄이 넘어가지 않게 문자를 보내거든요. '싫어' '응' '알았어' 등 간단하게 보내요. 이번에도 그렇게 간단하게 딱 한 줄 왔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회식은 했나요.

"백상 다음 날이 '삼시세끼' 녹화 날이었어요. 정선에서 서진이 형을 만났는데 '오늘 고기 먹는거야?'라고 묻더군요. 그런데 안 줬죠. 하하하. 그 날은 안 주고 버티고, 다음 날 아주 조금 줬어요. 돼지고기로."

-또 어떤 분이 축하 연락을 했나요.

"다 왔어요. (차)승원이 형도 전화오셨고, 승기한테도 전화가 왔죠. '꽃할배' 분들도 다음 날 전화를 하셨어요. 어르신들이 평소 절대 전화를 안하시는데 어디서 얘기를 전해들으신건지 축하한다고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프로그램을 함께한 이우정 작가는 방송을 보다가 울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예능을 만드는 천한 것들이라고 서로 표현해요. 아무래도 예능은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덜 화려하고 저평가되는 장르잖아요. 그렇게 예능을 하는 제가 상을 받고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더 좋아해줬던 것 같아요."

-대상 수상 이후 향후 프로그램 섭외는 더 쉬워질까요.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하하. '삼시세끼'가 인정받는 프로그램이 된거잖아요. 프로그램 지위가 올라선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게스트 섭외가 조금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웃음)"

-대상을 받을 때 시상자가 배우 전지현 씨였어요. 전지현 씨는 게스트로 어떤가요.

"완전 감사하죠. 사실 시상식 끝나고 전지현 씨한테 '게스트 좀…'이라고 말이라도 해볼걸 후회했어요.

-앞으로 더 큰 상을 받는 날이 있을까요.

"더는 없지 않을까요? 백상이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아우르는 유일한 메이저 시상식이잖아요. 그곳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어디서 더 큰 상을 받겠어요. 더 이상의 큰 상은 없겠죠. 그래서 이렇게 큰 상을 받는 기회가 두 번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결례를 무릅쓰고 길게 수상소감도 했고요."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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