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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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연말 정국은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3차 해금자를 중심으로한 신당이 20일 발기인대회를 갖는가 하면 구여권인사들이 중심이 된 이른바 「민족중흥동지회」란 모임도 생겼다.
신한민주당(가칭)의 발족으로 민정·민한·국민당으로 짜여진 그동안의 정치판도에 영향을 줄 것이고 「민족중흥동지회」가 표방하는 바가 무엇이건, 최근의 정계동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현대국가에서 정당을 설립하는 목적은 각양각색일 수 있지만 국민의 지지나 공감의 기반이 없이 존립할수 없다. 그런 뜻에서 새로 창당되는 정당은 물론 기존정당들도 자신이나 자기당의 이익보다는 보다 시야를 넓혀 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당의 진로를 잡아 나아가야 함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신당의 태동과 함께 많은 국민들의 바람은 단결된 야당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강력한 야당의 출현이 이 나라 민주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당이 복잡한 내부 사정에도 불구하고 「단일」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국민의 여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단결된 야당의 출현을 바란다는 것은 현 집권당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막강한 집권당과 정부를 견제하고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야당은 뭉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많은 국민들은 여겨왔다.
이러한 여망은 비단 신당이 갈라지지 않는 과제뿐 아니라 민한당과의 연대내지 통합이라는 과제도 제기해주고 있다.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민한당과 신한당은 그 뿌리나 성격은 같다. 몇몇 민한당 의원이 신당에 참여키 위해 탈당한 것도 두개의 야당이 기실 성격이나 체질상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야당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불가능 할 것이다. 정치지망생들의 수요로 보아도 각 당이 선거구마다 각기 공천자를 내세울 것이며, 국회에서 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간의 골육상쟁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현실이 그렇다해도 야당입후보자들이 당선이란 소승적 이익에만 집착해서 야당끼리 치고 받는 일은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야당간의 경쟁이 지나치게 내공적인 것이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선명성 경쟁에 치우쳐 정국을 경새시키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자신의 선명성을 증명하는데 집착한 나머지 불필요한 논쟁으로 정국만 긴장시킨 일이 종종 있었다.
정당성만 내세우다 파국을 초래하는 일은 현실에 뿌리를 박아야 할 정치인들이 취할 길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자신의 길이 옳은 것이라해도 정치의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총선을 계기로 그동안 잠잠했던 정국에 변화가 올 것은 틀림없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은 국민대로,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대로 냉정하게 처신하는 지혜를 익혀야겠다.
민주발전은 오늘날 우리 나라의 정치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온 국민들의 바람이기도한 그 과제를 이룩하기 위해서 현시점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모든 정치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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