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 푸틴 대통령은 지각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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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지각하는 습관으로 악명 높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만나는 외국 수반마다 기다리게 했다. 심지어 교황도 예외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에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넘게 지각했다.

하지만 교황이 그리 당황하진 않았을 듯하다. 이전에도 푸틴 대통령이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1월 그가 바티칸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50분 지각했다. 이번에는 67분이나 늦게 도착해 그 기록을 깼다.

이날 푸틴이 기다리게 한 세계 지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만이 아니었다. 교황청 방문 전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와 밀라노에서 만날 때도 1시간 늦게 나타났다. 두 정상은 그 만남에서 우크라이나 내전과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관해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와 렌지 총리가 1시간씩 기다린 반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14분, 메르켈 총리는 40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약과다. 2013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해 푸틴 대통령을 3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2012년 빅토로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에선 푸틴 대통령이 예정보다 4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의 지각 습관을 두고 논평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는 회담에 앞서 꼼꼼히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일부는 심리적인 파워플레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정치 논평가 드미트리 아브라모프는 영국 BBC 방송에 푸틴의 ‘의도적인 지각’이 “러시아 제국의 전성기 때처럼 자신이 세계정치에서 ‘황제의 지위’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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