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TV 덤핑최종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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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년을 넘게 한미통상관계에서 파란을 불러일으킨 한국산컬러TV의 대미수출 덤핑 시비가 평균 10.65%의 덤핑마진으로 최종 판정되었다.
기업마다 마진율은 다소 다르지만 그것은 19인치형의 수출량과 현지판매법인의 판매량 차이에서 비교된 것이다.
이같은 최종판정은 그동안 우리측 당사자들이 보여준 끈질긴 설득과 성실한 자료제공, 상이한 시장구조와 관행에 대한 줄기찬 이해의 촉구에 비하면 여전히 실망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같은 최종판정으로 우리의 주종 수출품목의 하나가 대미수출에서 입게될 크나큰 타격과 그것이 초래할 광범한 국내적 파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평균 10.65%의 덤핑마진율은 적어도 정상적인 시장구조 아래서는 결정적인 장애요인일 수 밖에 없으며 다른 대책의 마련이 없는 한 컬러TV의 대미수출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경쟁국들의 수출가격체계로 보아 10%이상의 덤핑마진율은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려 대미시장의 경쟁력 회복에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이다.
이에 대한 국내적 대응책의 마련은 물론 시장정책도 용납되지 않으면 안될 싯점이다.
컬러TV사건의 전말을 지켜볼 때 이번의 최종 판정은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첫째는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이 그들의 거듭되어온 부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보호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그 빙산의 일각을 엿볼 수 있듯이 그들의 논리는 공정한 무역과 호혜라는 일반원칙의 준수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개별국가, 개별품목별로 엄격한 상호주의 내지는 차별주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곧 컬러TV뿐 아니라 우리의 대미수출 주종품목들이 잇달아 이와 비슷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볼때 더욱 그렇다. 이번의 컬러TV사건은 비록 그 발단이 덤핑시비에서 비롯되었지만 실제로는 최근의 대미수출 급증이 잠재된 원인의 하나였던 것도 이런 미국의 자세변화를 짐작케 한다.
또 실제로 그들은 이같은 대외정책의 변화를 반영한 강력한 새입법조치까지 완비해놓음으로써 미국식 상호주의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 컬러TV덤핑 판정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미국시장의 경화를 예고하는 새로운 시발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금까지의 한미통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하나의 전환점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새로운 인식은 우리의 통상정책과 수출입연계정책은 물론, 광범한 새시장전략에 반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또 미국은 새통상관세법을 중심으로 더욱 빈번한 제소와 규제, 보복적 수입장벽의 강화가 예상되고 이른바 지적 소유권과 서비스부문의 수입개방 압력이 강화될 것 또한 분명하므로 우리의 수입개방 정책도 지금의 자유화 일변도에서 탈피, 새로운 전략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보다 질서 있는 무역이 되도록 우리의 허점을 보완하는 일도 중요하고 현지진출등 시장다변화도 중요한 과제지만 무엇보다도 세계시장과 미국시장의 신보호주의에 대응하는 광범한 정책수단들이 개발돼야할 때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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